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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로 온 봄/김나영-
매년 부쳐주시는 제주의 봄, 올해도 고스란히 잘 받았습니다 상자 안 몇 겹의 봉지로 꼭꼭 여민 당신 손길을 거꾸로 풀어가는 동
안 당신 마음이 내 손끝으로 찌르르_전해왔습니다 봉지를 여는 순간, 제주 들녘의 달짝지근한 바람과 그 바람이 키우던 민들레
와 말똥비름과 바늘엉겅퀴와 창질경이와 겟쑥부쟁이와 그 푸른 잎새에 맺혀있던 이슬방울과 그 이슬을 먹고 살던 무당벌레와
그 무당벌레가 밟고 다니던 반질반질한 길과 그 길에 엎질러져 있는 들큰한 흙내와 그 길을 가로지르던 꼬마꽃벌과 제주꼬마팔
랑나비와 그 날것들을 밤낮으로 키우던 햇빛과 달빛이 압축파일 풀리듯 한꺼번에 터져 나왔습니다 그때였지요 봉인된 내 그리
움을 풀어헤치고 아부오름과 다랑쉬오름과 한라산 자락과 제주 앞바다가 붐붐붐붐 서울 창공을 날아 우리집 거실로 통째로 건
너오는 게 아니겠어요 몇 번을 데쳐먹고 볶아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고사리를 삶을 때마다 내 그리움이 몇 번이나 몸을 부풀렸던
지요 이 고사리가 내게 오려고 올해도 얼마나 많은 제주 봄볕을 끌어모으고 몸을 뒤척이곤 했을까요 그런데 당신, 고사리를 보
내면 제주가 몽땅 덤으로 딸려 오는 줄 어떻게 알았어요? 늘 챙겨주시는 제주의 봄, 맛있게 울궈 먹겠습니다
출처 : 시와 글벗
글쓴이 : yanggo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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