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지금사랑하지 않는자 , 모두 유죄/노희경/헤르메스 미디어

다림영 2011. 4. 2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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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퇘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아 정말 행복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 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여잔 매번 사랑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속죄하는 기분을 이번 겨울도 난 감옥 같은 방에 갇혀, 반성문 같은 글이나 쓰련다.

 

배우 나문희에게 길을 물어가다

..

..

무척이나 야멸찬 관계입니다. 그러나 이 야멸찬 관계가 멋진 관계라는 걸 가르쳐주신 분이 선생님입니다.  스물아홉 살 때 제 기억이 맞다면 교외 어느 카페에서였습니다

 

'너무 잘난 사람들하고만 어울려 놀지 마, 희경 씨.'

'책 많이 읽어, 희경 씨'

'버스나 전철 타면서 많은 사람들을 봐, 희경 씨.'

'재래시장에 많이 가, 희경 씨.'

그곳에서 야채 파는 아줌마들을,

할머니들 손을, 주름을 봐봐, 희경 씨,

그게 예쁜거야, 희경 씨.'

'골프 치지마, 희경 씨. 대중목욕탕에 가, 희경 씨.'

'우리 자주 보지 말자. 그냥 열심히 살자, 희경 씨.'

'대본 제때 주는 작가가 돼, 희경 씨.'

 

안부를 묻다

건강들 하신지요?

행복들 하신지요?

사랑이 힘겹진 않으신지요?

부모와 형제가 미치게 버거워도 여전히 껴안고들 있으신지요?

잠자리에선 꿈 없이 주무시는 지요?

비 오는 날엔 울음 없이들 비를 보시는지요?

맑은 날도 좋아들 하시는지요?

낙엽이나 고목들을 보면서도 기대들을 버리지신 않으시는지요?

어린 새순이 좋으신지요?

라일락이 아카시아와 같이 피고 지는 지금의 기후들이 안타까우신지요?

잎과 꽃이 만나지 않는다는 상산화를 혹여 보셨는지요?

 

정말 불행하진 않기를 원하는데, 그러신지요?

지금 그리운것들이 모두 그대들 옆에 있으신지요?

저는 괜찮은데,

정말 그대들도 괜찮으신지요?

 

절대로 길들여지지 않는 몇가지

<그의 이야기>

나는 한때 처음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세상의 어떤 두려운 일도 한 번 두 번 계속 반복하다 보면, 그 어떤 것이든, 반드시 길들여지고, 익숙해지고, 만만해진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은 절대로 시간이 가도 길들여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안다.

 

오래된 애인의 배신이 그렇고,

백번 천번 봐도 초라한 부모님의 뒷모습이 그렇고,

나 아닌 다른 남자와 웃는 그녀의 모습이 그렇다.

절대로 길들여지지 ㅇ낳는,

그래서 너무나도 낯선 이 순간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대체 다른 사람들은 사랑했던 사람들과 어떻게 헤어지는 걸까? 이번이 처음 이별이 아닌데, 왜 이렇게 매순간이 처음처럼 당황스러운 건지. 모든 사람이 첫 사랑인 것처럼 모든 이별도 첫이별처럼 낯설고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다. 나만 이런건가? 그녀는 너무나도 괜찮아 보인다.

 

그런데 정말 길들여지지 않는 건 바로 이런 거다.

뻔히 그녀의 맘을 알면서도 하나도 모르는 척.

이렇게 끝까지 그녀의 속을 뒤집는,

뒤틀린 나 자신을 보는것.

 

사랑을 하면서 알게 되는 내 이런 뒤틀린 모습들은 정말이지 길들여지지 않는다. 그만하자고, 내가 잘못햇다고, 다시 만나자고, 첨엔 알았는데 이젠 나도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안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왜 나는 자꾸 이상한 말만 하는 건지.

 

 

노희경은 내게 처음 작부역할을 맡긴 작가다. <내가 사는 이유>의 손언니, 우린 그래서 처음 만났고 처음 하는 작부역할이라 열심히는 했으나 자신은 없었다. 언제나처럼. 그런 날 잘한다고 많이 칭찬해 주었다. 넘치지 않아서,

노희경 대본에서 처음 본 단어는 '건조하게'라는 말이다. 지문에 그리 써 있었다. 드라이하게 라는 말을 노희경은 그렇게 썼다. 다른 작가들은 내가 너무 넘치지 않는다고 싫다고 했는데 노희경은 그런 날 좋아해줬고 우린 서로 좋아하게 됏고 서로 상처까지 주는 사이가 됐다.

노희경이 시청률을 못 올리는 대본을 쓰면 내가 하는말, "얘 좀 서비스 정신을 갖고 친절하게 쉽게 써라."

노희경 왈, "그래도 밥 먹고 살어" 하면서 늘 새로운 시도를 한다.

아주 쪼끄만 애가 세상에 의연하게 도전하는 걸 보면 그 무모함이 늙은 나는 신총하고 예쁘다. 그래서 난 노희경이 좋다.-윤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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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읽었다.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그녀의 책속에 윤여정과의 이야기기 있다. 나는 그녀의 연기를 특히 좋아하는데 그녀와 상처를 주는 사이라니 이 작가가 좋다. 이 사람의 드라마를 본적은 없지만 상당히 인간적인 드라마일 것 같다.

무료한 하루였다. 

내게 재주가 있다면.. 이야기를 만드는 재주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그녀의 각별한 글이  졸음을 달아나게 했다. 어느새 저녁 7시가 되어간다.

 

나문희선생님의 말처럼 사는 것이 좋겠다.

나이든 사람들의 주름과 줄을 서서 타는 버스와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 그리고 시장속 사람들...

책을 많이 읽고

사람들과의  기본예의 지키고

 한세월 풍파를 안고 살아온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다운것 ...

오늘도 열심히 나는 살았는지...

열심히 하루를 살아낸 이들이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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