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풍경

산넘고 물건너

다림영 2011. 4. 1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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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휴일엔 일을 너무 많이 한 엄마 때문에 아들은 먼길을 떠날 수 없었다.

.

고심끝에 예전에 살던 아파트 뒷산을 넘어 시장구경에 나서기로 했다.

엄마와 막내는 오랜만에 그곳에서 추억을 이야기했다. 막내는 '기억난다'를 연발 터뜨렸다. 이곳에 살때 우리는 최고로 행복했었다. 둘째도 그곳에서 낳고 막내도 그곳에서 낳았다. 우리집은 걱정근심이 하나도 없었던 때였다. 날이면 날마다 전진하는 남편의 사업과 늘 웃음이 만개했고 이렇게 어려운 날들이 오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던 때.... 선견지명이 있어 잘 살았더라면, 남편이 조금만 고개를 수그렸더라면... 많은 생각으로 아파트를 지나 산을 넘으며  즐거웠던 시절을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곳은 '숲속의 무슨아파트' 라고 시계탑에 씌여 있었다. 예전엔 그런 문구가 없었는데..

막내녀석도 잠깐씩 옛풍경이 떠오르는지 조용하고 공기도 참 좋다는 말을 한다.

가만히 생각해도 그곳의 터가 좋지 않았나 싶기도 했고... 그곳에서 평지로 내려오면서 한동안 시끄러워 잠을 이루지 못했던 일들이 생각난다.

 

 

 

아이들과 함께 줄곧 오르고 내리며 놀았던 그 산에는 진달래가 피어 있었고

 

 

산을 넘어간 낯선 동네 담자락엔 개나리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시장으로 내려오다보면 생긴지 얼마 안된 공원이 있다. 이공원이름은 삼덕공원인데 삼덕제지를 세운 이분께서 안양시에 공장 땅을 기부해서 만들어진 공원이다. 세상에는 참 대단한 분들이 많다. 금싸라기땅을 선뜻 공원부지로 내놓다니... 저마다 무엇이라도 챙기려고 눈을 부라리는 세상인데 참으로 존경스럽다. 그러고 보니 이분은 개성출신이시다.

 시장가는길에 들러 잠시 앉았다가 아이들 노는것도 보고 평화롭게 모여 있는 비둘기도 보며 한가로운 휴일의 나들이를 즐길 수 있었다.

 

 

 

삼덕공원

 

 

 

 

모처럼 시장구경에 나선 나의 막내는 정신이 없다. 이것도 먹고싶고 저것도 사고 싶어 눈이 동그래서 기어이 구천구백원짜리 티 하나와 만원짜리 가방 하나를 손에 쥐게 되었다.

오늘은 경주로 수학여행가는 날..녀석은 그것을 챙겨 집을 나섰다.

 

 

시장떡볶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시장에 들리면 그래도 이런재미도 느껴보아야 하니 한그릇 시켜 시장의 분위기를 한껏 즐겨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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