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걷는 하천길가엔 온통 쑥천지다. 날마다 들여다 보면서 이번휴일엔 꼭 뜯어야지 했다.
마음이 풀어지는 휴일, 조금 늦었지만 아침도 거르고 차한잔만 하고 나섰다.
풀보다 많은 쑥.. 정신없이 쑥을 뜯었다.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배도 고파오고 아이들생각도 나 일어설즈음
한 할머니가 어디서 왔느냐 물으시며 다가왔다.
...훗!
이 동네 살아요 했더니 많이 뜯었다며 부러워 하신다.
핸드폰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한시간만 뜯어야지 했는데 시간을 여쭈니 세상에 10시가 다 되어갔다.
2시간이 다 되어가는 것이었다.
일어서야지 하면서도 놓아두고 가는 쑥들이 아깝고 언제 또 한가롭게 뜯을 수 있을까 싶어 얼른 손을 놓지 못했다.
허리를 펴고 살피니 예쁘고 아주 조그만 꽃들도 피어있었고 냇물은 유유히 흐르고 있었고 간간이 나를 지나는 사람들은 웃으며 쑥얘기를 한다.
..꽉꽉 눌러 한가득 채우려고 했는데 그새 시간이 그렇게 되었다니...
일어서야 했다.
무지 많았다.
해마다 시어머니께서 그렇게 쑥을 뜯어와 한해 내내 쑥떡을 먹을 수 있었는데
다리도 몸도 예전같지 않으셔서 이젠 그 일을 내가 해야 할 것 같다.
아침엔 어머님이 한주먹 뜯어오신 쑥으로 된장을 풀어 쑥국을 맛나게 먹고
어릴때 엄마가 해주던 쑥버무리를 인터넷으로 찾아 만들어 보았다.
썩 잘된 것 같지 않지만 그런데로 예전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쑥 버무리 만드는 법
쑥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쌀을 물에 담가 놓았다가 물기를 빼고 갈아 놓는다. <현미와 흑미 그리고 일반쌀을 섞어보았다>
쌀 가루에 설탕과 소금을 약간씩 넣고 골고루 섞는다.
어머님께서 밀가루도 조금 섞으면 맛있다는 말씀에 통밀과 호밀도 함께 섞어 쌀가루와 쑥을 골고루 섞어 10여분 간 찐다. <요즘 쑥은 여려서 오래찌면 안된다고 하셨다>
아이들도 곧잘 먹는 것을 보니 다음주에도 쑥을 뜯으러 나가야 할까보다.
오늘 어머님께서는 방앗간에 가신다고 했다.
쌀가루와 함께 찧어 냉동실에 넣어두고 한해내내 우리는 개떡이나 송편을 만들어 먹는다.
어쩌다 쑥개떡이 생각나 떡집에서 사먹을라치면 쑥향기가 별로 없다. 사람들의 얘길 들어보니 쑥을 아주 조금 넣고 시금치를 넣는다나 .. 색만 초록색으로 진하고 쑥향기가 없는 쑥개떡이라니...
어머님이 해주실 떡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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