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차 한 잔과 담배 한 모금

다림영 2011. 2. 24. 14:40
728x90
반응형

밥은 사람의 육체에게 주는 음식이라면, 차茶는 사람의 마음에게 주는 음식이다. 밥보다 차를 더 즐기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마음이 발달한 사람이다. 밥 한 그릇이 육체에게 에너지를 준다면 차 한 잔은 마음에게 에너지를 준다. 일하는 막간에 차 한 잔을 마시는 휴식의 시간은 마음을 쉬게 하고 그럼으로서 육체를 돌보게 해준다.

 

찻집에서 차 한 잔을 함께 마시지 않고, 식당에서 밥만 먹고 헤어지는 관계에는 온기가 없다. 식당만큼이나 찻집이 많은 우리가 사는 동네를 산책하면서, 마음이 만나는 것이 적어도 육체가 만나는 것만큼은 소중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찻집의 간판을 보라. 식당의 간판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보다는 명시성을 추구하고 있지만, 찻집의 간판은 여전히 아름다움 쪽을 향해 있다. 눈보다는 마음을 끌기 위해서.

 

담배는 건강에 해롭다. 백해무익하다는 담배이지만, 그것은 육체의 관점에서만 보았을 때 가능한 이야기이고, 애연가들에게 담배는 정신건강에 이롭다. 몸보다 정신의 건강을 우위에 두는 사람이라면 담배가 몸을 해치는 것을 알고도 담배를 계속 손에 들게 될 것이다.

 

한숨과도 같은 담배 한 모금을 내뿜으며 사람들은 마음을 환기하고 쇄신할 수 있다. 덩 샤오핑登小平에게 사람들이 장수의 비결을 물었을 때, 그는 '끽연'이 그 비결이라고 말했다 한다 만끽한다는 것만큼 지혜로운 건강법은 없다.

 

뜨거운 물에 차 알갱이가 풀려나가고, 담배 한 모금의 연기가 허공에 풀려나간다. 그 풀려나가는 실체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마음의 매듭을 푼다. 찻물을 끓일 때에도 담배를 피워 물 때에도 불이 필요하다. 차와 담배는 온도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커피를 볶을 때에도 녹차 잎을 말릴 때에도 열기가 필요하고, 담배를 필울 때에도 점화가 필요하듯이, 마음에도 열기와 점화가 필요하다 냉정함이 열정의 한 방법이듯이, 냉정해지는 것에도 온기 있던 한때가 전제된다. 차 한 잔과 담배 한 모금을 음미할 때처럼.

 

책<마음사전/김소연>중에서

 

---

 

 식초에 귤껍질을 담그어놓았다가 깨끗이 씻어 끓인물을 보온병에 넣어가지고 왔다. 귤에는 그 껍질에 영양성분이 상당히 많은데 대부분 그것을 모두 버리고 먹으니 어느분께서는 안과 밖이 바뀐채로 먹는다고 말씀하셨다. 사람들은 농약걱정으로 껍질을 버리는 것이리라. 그동안의 생각을 접고 오늘 나는 그렇게 차를 만들어 마셔본다. 상큼한 향기와 맑은 노란빛이 괜찮다. 아무것도 타지 않고 그냥 마신다 . 뜨거운 차 한잔을 들고 봄볕을 쐬며 거리를 내다본다. 맑은빛과 그 향기가 보이는 누군가와 봄의 얘기를 나누고 싶어지는 때다.

반응형

'오늘의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것/오정희  (0) 2011.02.28
자신의 그릇만큼  (0) 2011.02.25
봄맞이/윤자명  (0) 2011.02.21
삶에 저항하지 말라  (0) 2011.02.17
[스크랩] 행복의 비결  (0) 2011.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