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단편 모음집이다. 읽었던 '그남자의 집'도 있다. 소설이 아니라 실제 그분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대부분 소설들이 가상으로만 꾸며질 수는 없을 것이지만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 같았다. 특히 <촛불 밝힌 이야기 >가 어른거린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일일 것이다. 나도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며느리의 그 마음이 짚어지기도 하지만 부모된 입장으로 그 때의 배반감이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겠다.
나이가 들면 하염없이 연약해 지고 자식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마음이 커질 것이다. 젊었을때는 절대 자식에게 의지하는 일이 없을 거라고 나름 다짐하고 확고한 생각을 지녀왔겠지만 자신도 모를 그러한 마음을 어찌 막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나이가 더 들고 노인이 되면 생각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부모는 자식을 키워낸 보람으로 더 이상의 기대는 말아야 한다. 다른 식구를 들이고 그들만의 식탁을 넘보고 예전의 아들을 생각하며 기웃거리면 좋아할 며느리 하나도 없다. 제 식구끼리 웃으며 살면 그만일 것이다. 무언가 바라기 시작하면 상처를 입는 것은 부모이다.
자식을 위해 있는 것 없는 것 다 내어주고 삶의 끝자락에서 벼랑으로 내몰리는 노인이 많음을 들어 알고 있고, 평균수명에 대한 이야기, 세계 여러곳 노인의 삶에 대한 모습 등, 요즘에는 노인이야기가 거의 매일 오르내리고 있다. 엊그제인가 신문에서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부모를 보살피지 않는 자식에게 어떠한 벌을 준다는.... 급기야 법으로 자식의 의무를 정해놓은 것이다.
<촛불 밝힌 식탁> 속의 노부부의 쓸쓸한 정경이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자식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누구에게든 의지하지 않고 강인한 모습으로 노년을 혼자의 힘으로도 충분히 살아낼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경제력이 내겐 문제다. 나이는 벌써 노년의 청년기로 접어들었고 아이들은 아직 어리기만 하고 부양해야 할 노인이 고스란히 내게 맡겨져 있다.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자신의 돈으로 선심이나 쓰는것처럼 나랏일을 보는 사람들이 자신있는 목소리로 복지정책을 운운하고 있다. 무너지고 있는 유럽이 보이지 않나보다. 나라의 암담한 미래의 일들이 불을 보듯 환하게 눈에 들어온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좋은나라 만들어가는 맑은 정치인은 생전 볼 수가 없고 온통 코앞의 선거에 몰두하여 기막힌 정책으로 민심을 홀리고 있으나 국민들은 도둑 같은 정치인들 머리 위에 있으므로 그들은 절대 다음선거를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구경이나 하고 떡이나 얻어먹으면 되겠지만 속이 시끄럽기만 하다. 미친짓이 분명하다. 더욱 치열하게 살아야 함을 뼈져리게 느끼고 있으나 ....
촛불 밝힌 식탁의 줄거리는 이렇다.
노부부가 자식과 상의해서 한 아파트에서 각각 서로의 창이 보이는 아파트를 얻는다. 노인은 주변 친구들에게 그러한 이야기를 했더니 모두가 부러워 한다.대부분 어떡하면 시부모와 더 멀리에서 간섭받지 않고 살아갈까를 전전긍긍하는 자식들을 두고 있는 것이다. 부러움의 온가족이 모여 화기애애한 식사를 하기도 한다.
며느리가 해준 반찬, 밥 ...일명 퓨전요리인데 어느날부터는 노인의 아내는 조금 입에 맞지 않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집으로 돌아와 김칫국물이라도 마셔야 했다. 어느날 주인공의 부인은 그런류의 음식만을 먹을 자신의 아들을 측은하게 생각하며 가끔 자신이 해 주면 좋아했던 음식들을 만들어 가져다 주기 시작한다. 그러한 일을 큰 기쁨으로 알고 지낸다.
그러던 어느날 아들의 집에 불이 켜진 것을 확인도 하지 않고 갔다가 낭패를 보고 돌아오게 된다. 기운없는 아내를 생각하며 어느날은 아들집에 불이켜지기만을 서성이다가 캄캄한 아들집의 창으로 무언가 어리는 빛을 보고는 집을 나선다. 그 빛이 촛불 같기는 했지만 자신이 잘못 본 것 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노인은 아들집에까지 가서 벨을 눌러본다. 그러나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으나 아무런 대답은 없다. 알수없는 무거운 마음으로 엘레베이터를 타는데 아들집 앞집의 여자가 함께 타게 된다. 여자와 인사를 하며 아들내외가 늦게 들어오는 모양이라고 얘길 했더니 아니라며 파 한뿌리를 금방 가져갔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러고 보니 부쩍 아들가족의 귀가가 늦어졌고 아내가 음식을 가져갈 때마다 불꺼진 창은 맞아떨어지곤 했다.
노인은 이러한 사실을 아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복잡한 생각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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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하고 싶은마음이야 오죽하랴마는 짝을 채워 내 보냈을 때는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젊은세대들이 어디 시부모의 그런 모습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늙는 것이란 모든 것에게서 조금씩 거리를 두고 멀리 바라보아야 하는 것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들 셋을 키우다 보니 주변에서 별 얘길 다한다. 다 흘리고 나는 나의 미래를 위해 오늘도 정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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