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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이재무
눈 내린 날 태어나
시골집 마당이나 마을회관 한 구석
혹은 골목 모퉁이 우두커니 서서
동심을 활짝 꽃 피우는 사람
꽝꽝 얼어붙은 한밤 매서운 칼바람에도
단벌옷으로 환하게 꼿꼿이 서서
기다림의 자세 보여주는
표리가 동일한 사람
한 사흘,
저를 만든 이와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
마음의 심지에 작은 불씨 하나 지펴놓고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이
이 세상 가장 이력 짧으나
누구보다 추억 많이 남기는 사람
---
눈이 내렸다.
오늘은 기온이 올라가 다 녹아버렸다.
우리 어릭적엔 눈이 한 번 오면 일주일이고 이주일이고 그렇게 쌓여 있었다.
그것이 겨울이었다.
조무랭이들이 있는 집앞이면 어김없이 눈 사람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다 같은 눈사람이지만 집짐마다 눈사람의 모습은 달랐다.
모자쓰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고
어느집엔 목도리까지 두른 눈사람도 있었다.
눈사람은 언제나 웃고 있었다.
그래서 눈사람을 보는 이는 저절로 웃게 되어 있었다.
단단한 연탄재가 뼈대인 눈사람
며칠이고 우리집 앞에 튼튼하게 서 있던 눈사람
지금은 보고싶기만 한 눈사람
마음속에만 있는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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