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이 순간/피천득

다림영 2010. 11. 1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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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

 

 

오늘은 전혀 좋은 날이 아니었다.

이러한 날이면 나는 모짜르트를 듣는다

연속극을 보며 현실을 잊고

밤이 깊어지니  따뜻한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젖어있다.

아 이 모든 것은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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