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가슴에 묻은 김치국물/손택수

다림영 2010. 12. 30. 19:53
728x90
반응형

 

 

점심으로 라면을 먹다

모처럼만에 입은

흰 와이셔츠

가슴팍에

김치국물이 묻었다

 

난처하게 그걸 잠시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평소에 소원하던 사람이

꾸벅 인사를 하고 간다

 

김치국물을 보느라

숙인 고개를

인사로 알았던 모양

 

살다보면 김치국물이 다

가슴을 들여다보게 하는구나

오만하게 곧추선 머리를

푹 숙이게 하는구나

 

사람이 좀 허술해 보이면 어떠냐

가끔은 민망한 김치국물 한 두 방울 쯤

가슴에 슬쩍 묻혀나 볼 일이다.

 

 

반응형

'애송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화의 강/마종기  (0) 2011.01.11
개에게 인생을 이야기 하다/정호승   (0) 2011.01.05
그럼에도 불구하고  (0) 2010.12.24
눈사람 /이재무  (0) 2010.12.18
눈 내리는 밤 숲가에 서서   (0) 2010.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