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휴일의 만찬

다림영 2010. 8. 23.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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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휴일이었다.

어디로건 밖으로 향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의 개학은 월요일부터 시작되니 더욱 함께 있어야 했다.

엄마가 특별한 빵을 만들어주겠노라 언제부터 선언을 했는데

세상에 ...

훗..

이렇게 볼품없는 빵을 만들고 말았다.

아니 이것은 빵이라 부를 수 없었다.

영양에 있어서는 최고였는데 말이다.

각종 재료들에게 위대함을 살려주지 못해 고개를 들수 없었다.

 

이는 내가 만든빵과 쓴 커피한잔을 아침시간 아이들과 우아하게 음악과 함께 들고 싶은

그 바보같은 조급증 때문이었다.

무슨일이든 적당한 시간이 흘러야 제대로된 모습을 갖출 수 있고 이룰수 있다.

그러한 것을 알면서도 나는 잘되겠지 하는 안이한 마음으로 발효시간을 좀더 가지질 않았다.

 

 

 

그러나 우리집 식구들은 무언가 씹히는 맛이 좋다며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아하..내가 만들고자 한 빵은 이런맛은 절대 아니었다. 이것은 현미 흑미 떡이라고 불러야 옳을 것이다. 훗!..

다음엔 충분한 발효시간을 거쳐 제대로된  깊은맛이 우러나는 빵을 만들어야 하겠다.

 

발효시간을 충분히 갖고 제대로된 맛을 이루게 되는 빵처럼 사람과 사람사이도 오랜숙성기간을 거쳐야 할 것 같다. 어쩌다 기분에 취해 만남을 이루는 사람사이는 좋은향기가 깃들지 않을 것이다.

빵하나를 만들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는 휴일이었다.

 

 

 

둘째에게 제일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스파게티라고 대답했다. 형편좋을때엔 어쩌다 한번이라도 사주곤 했는데 이젠 꿈도 꾸지 않는다. 하여 집에있는 재료로 나름 맛을 내어보았다.

토마토와 양파 마늘 브루콜리 고추를 올리브유와 케첩에 볶고 후에 우유 조금 넣어 더 끓이니 비슷한 맛이 났다. 치즈를 넣어주면 금상첨화인데 치즈도 떨어지고...

스파게티 국수를 사려면 지출되는 돈이 있어야 하니 삼가하고 집에 있는 소면에 얹어주니 더이상의 스파게티가 부럽지 않았다. 오늘요리의 성공작이라고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식구들이 저마다 즐거운 표정으로 맛나게 먹을때의 그 행복이란... ^^

 

 

 

막내가 좋아하는 콩국수..나와 막내는 콩국수를 좋아한다. 저녁부터 담가놓은 콩을 삶고 갈아 만들었다.

더워도 시원하고 걸죽한 콩국수 한그릇이면 거뜬...

점심에 우리는 우리나름대로의 만찬을 즐겼다. 즐거운 휴일이었다.

 

다음휴일엔 아이들에게 어떤 즐거움을 주어야 할지 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는 월요일...

남은 콩국물을 보온병에 가지고와서 먹는다. 소금을 빼놓고 왔지만 그냥먹어도 그만인 콩국물..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즐거운 오늘 감사한 월요일 환한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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