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강현식

다림영 2010. 8. 2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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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식

어느새 필명<누다심>으로 불리는 것이, 본명<강현식>으로 불리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워졌다. 심리학자가 되어서 사람들을 마음껏 도울 수 잇을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리학에대해서  잘 모르고, 심리학자가 어떠한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우선 심리학의 대중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여 본격적인 심리학 글쓰기를 하게 되었다. 지은 책으론 <세상 밖으로 나온 심리학><누다심의 심리학블로그>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심리학자가 되어서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기에 조만간 본격적으로 심리학자로서의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다.

 

 

 

본문 중에서

..

세자가 다시 심양으로 돌아가고 난 후, 인조는 세자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보고를 들을 때마다 자신의 의심을 확증했다. 일종의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 일어나는 것이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확증하기 위해 외부의 정보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보고싶은 것만 보는'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자신의 생각을 확증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면, 상대방이 좋은 사람이라는 정보는 민감하게 받아들이지만 상대방이 나쁜 사람이라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받아들이지 않는다. 인조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아들이 자신을 배반했다고 믿게 되었다.

 

 

세자가 조선을 위해 청에서 정보를 빼 내는 일종의 첩자 역할 을 하기 원했지만, 세자는 자신을 배반하고 오히려 조선에서 정보를 빼내는 첩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세자빈 강씨의 아버지 빈소에서 곡을 하기 위해 세자와 세자빈이 일시 귀국했을 때에도 인조는 세자빈의 곡을 허락치 않았다. 곡을 하러 가면 그곳에서 세자빈의 가족들과 분명히 접촉할 것이고 이것이 후일의 사건을 도모하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리라.

 

 

인조는 세자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을 배반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그가 다시 만주로 돌아가 청의 북경 무혈입성에 참여한 것도, 그리고 북경에 머무르면서 아담샬을 만난 것도 모두 자신을 죽이고 왕이 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청을 넘어서 서양세력을 배경으로 만들려는 수작이라고 보았다. 인조가 보기에 소현세자의 배반은 의심이 아니라 기정사실이었다.

 

 

그러던 중 인조는 세자의 영구귀환 소식을 들었고 ,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이괄의 난 때 반란군이 한양으로 진격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와 같지 않았을까. 세자는 조선으로 돌아왔고 백성은 세자를 대환영했다. 그러나 조정의 분위기는 달랐다. 인조는 신하들이 세자에게 하례하는 것도 막았고, 자신도 세자를 웃는 낯으로 맞이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세자는 낯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 인조가 보기에는 무언가 다른 꿍꿍이가 있지 않고서는, 자신이 환대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자가 청과 내통하고 있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세자가 서양의 책과 여러가지 기계를 가지고 자신 앞에 나타났을 때 인조는 화를 참지 못하고 벼루를 세자의 얼굴에 내리쳤다고 한다. 인조는 세자가 가지고 온 모든 것이 왕위를 빼앗기 위해 준비한 비장의 무기들로 보였기 때문이다.

 

 

인조가 세자를 대하는 태도는 피해망상이 의심될 정도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 조금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망상은 아니다. 망상 이전의 단계인 몰두사고<preoccupied thought>라고 할 수 잇다. 몰두사고와 망상은 모두 현실과 동떨어진 사고지만, 망상은 몰두사고보다 훨씬 심한 수준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현실 검증력이 손상 된 상태다. 인조의 경우 소현세자에 대해서만 피해의식에 사로잡혔을 뿐이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에서는 정상이었다. 또 죽을 때까지 왕의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에 망상보다는 몰두사고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는 편이 더 맞다.

 

마음의 긴장은 인조로 하여금 몰두사고로 몰아갔으며, 그 결과 세자에 대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세자에 대한 적개심은 행동으로 표출되엇다. 마음의 긴장이 가져다준 인지협착의 결과로 인조는 극단적인 두 경우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먼저 공격하거나 공격을 당하는 것. 그동안 인조는 공격을 당하기만 했지만 이번에는 먼저 공격을 가했다. 이제 인조에게는 세자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큰아들이 아니었다. 자신의 목숨을 위협혔던 광해군과 대북과, 이괄, 후금<청>과 다를 바 없는 배반자였던 것이다. 그는 믿었던 도끼를 과감히 버렸다. 단지 버린 정도가 아니라 펄펄 끓는 용광로에 집어넣었다. 도끼를 완전히 없애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도끼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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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읽기였다.

역사속의 내가 알고 있는 얘기 그리고 미쳐 몰랐던 이야기들이 낱낱이 들어있다.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었고 역사적인 사실들과 인물들 그들을 보는 지금의 심리학으로 연결해서 들려준다.

무더위의 기승으로 어떤 책은 집중이 되지 않아 덮었고 다시 들어본 심리학의 왕조실록 덕분으로 며칠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 있었다.

 

왕이 되려고 하는자와 왕의 자리를 피해 가려는 이들의 심리학.. 그리고 주변의 지혜로운 인물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

좋은나무는 베어지고 휘어진 나무는 오래토록 자연속에서 살아간다던가 그러한 말씀이 문득 떠올랐다.

 

가을엔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여행을 해야하고 여름이야말로 조용한 독서속으로의 여행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재밌는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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