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기행 전문가. 자연과 인간, 문화유산의 감동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1994년 에 삶의 터전을 경주로 옮겼다. 그 후 11년 동안 전국에 흩어져 있는 고택 네 채를 경주로 옮겨 한옥 수오재守吾齋를 지었으며, 현재 또 한채의 고택을 옮겨 짓고 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민예총 창립 발기인이며, 한국문화유산 답사회 초대 총무로 1987년부터 대표인 유흥준 교수와 함께 전국의 문화유산을 기행해왔다. 또한 대곡댐 반대, 울산 병영성 살리기, 울산 옥현 유적지 보존, 가지산<석남사> 살리기, 석굴암 모형 반대운동등을 해왔다.
본문중에서
"대궐을 짓다 황룡사를 지었으니 보통 절과는 다른 국찰이라 아무나 주지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왕족 출신 자장 스님은 주지를 할 수 있었지만 6두품 출신 원효스님은 겨우 분황사 정도의 사찰에서 주지를 할 수 있었다. 철저히 계율을 지키는 자장가 달리 거침없는 행동에 다른 스님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원효였기에 여기 황룡사 강당에서 설법 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불가능했으나 기회가 왔다. 대안스님의 추천을 받은 원효는 왕과 신하들, 내노라 하는 스님들 앞에서 유명한 <금강 삼매경론>의 설법을 완벽하게 해냈다.
<삼국유사 에 자장이 이틀밤낮 '보살계론'을 설법 할 때는 하늘에서 단비가 내리고 구름과 안개가 강당을 덮었다 했지만 원효가 할 때도 지금처럼 눈물의 바람이 불었을 것이고, 듣고 있던 모두의 가슴을 울렁이게 했을 것이다.
세상에 장.단점은 없다. 흔히 장점이라는 얼짱, 몸짱, 공짱, 학짱, 돈짱이 오히려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다. 항상 혼신의 힘을 다해서 실력을 닦아놓으면 언젠가는 기회와 인연이 온다. 설사 오지 않더라도 이미 성국한 자신과 일가를 이룬 경지라 세상에 감동을 줄 것은 많다. 남에게 감동을 주려면 자기 스스로 감동적이어야 한다. 대화를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공부할 때도, 사랑할 때도, 키스할 때도 감동적으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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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가 극락이었다. 극락은 무엇을 이루거나 성취한 뒤에 오는 것이 아니고 , 현재 이 순간, 지금이 극락이다. 그렇다. 극락이나 행복도 누가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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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서산에 기울고 있었다. 천연 해자가 된 남천 물위에는 떨어진 하얀 꽃잎이 신라의 역사인 양 흐르고 있었고 , 춘정을 못 이긴 궁녀들의 소리가 하얗게 숨죽이고 있었다. 꽃과 여자는 같다는 김현주씨의 말을 음미하며 몇시간을 봄에 취했다. 꽃에 취한 붉은 내 마음을 알았는지 서산에 지는 해도 사방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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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좋아하시면<好>아는 것<知>보다 한 수 위지요. 그러나 좋아함<好>도 즐기는 것<樂>보다 못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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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면 버리고 편안하면 친해지는 것은 인정상 차마 할 수 없는 일입니다만 가고 멈추는 것 역시 사람의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고, 헤어지고 만나는 데도 운명이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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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장스님이 창건한 정암사의 수마노탑으로 향했다. 오가는 사람 하나 없다. 청신한 바람이 가슴에 안기고 비가 온뒤라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산길을 혼자서 온갖 상념에 잠기며 천천히 올랐다. 잘 정비된 탑을 돌아보며 수리 전에 봤던 기억을 떠올리곤 이리저리 살폈다. 바위 옆에 서 소나무 사이로 보고 아래로도 보는 모습도 좋았지만, 탑 뒤 바위에서 보는 모습이 장쾌하다. 계곡 아래 물소리가 하늘로 타고 올라 내 가슴을 서늘하게 하고 사방에서 풀잎 머금은 바람은 내 마음의 영혼을 맑게 한다. 그래도 "도道는 닦는 것이 아니라 더럽히지 않는 것" 이라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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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센타에 보면 <역사탐방교실>이란 강좌가 있는 것을 안다.
한가하고 여유있고 집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강좌에 등록하여 역사속의 기행을 하고 싶다. 한번씩 이제는 사라진 역사속의 이야기를 따라 여행을 다녀오면 또다른 현재의 생활이 될 듯 싶다.
지은이의 조근조근한 삼국유사속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와 그곳의 사진들이 실려 있고 그때그때 의 분위기를 좇아 며칠 삼국유사를 거닐며 책 속의 여행을 했다.
먼옛날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며 그들이 보이는 듯도 했다. 사랑과 우정과 충정과 의리 의 각별한 이야기 여행이 즐거웠다. 언젠가 내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 길을 짚어 거닐고 싶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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