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향기로운 사람/황명강

다림영 2010. 7. 2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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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사람 / 황명강



여행【?우연히 만나는 낯선 길, 잘못 접어든 길을 탐험이라도 하듯 뒤져서 기어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친구가 있었다. 밀려드는 불안함을 내려놓고 동행하다보면 예기치 않게 얻는 것이 많았다. 굴참나무숲은 그들의 속성 그대로, 칡넝쿨은 영토 확장에 바쁘면서도 풋풋한 향기를 뿜으면서 반겨주었고 수를 놓은 듯 무리지어 기다리던 산딸기의 암팡진 눈매도 잊히지 않는 풍경들이다.

머릿속에 차곡차곡 들어앉아 있는 그들을 가끔씩 꺼내어보면 느껴지는 것이 있는데 어떤 종류의 향이든 그 향을 갖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타고난 본성도 중요하겠지만 그들이 취하는 영양소와 뿌리를 내린 곳 하며 주위의 여건들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심 근교의 소나무에서 가슴이 뻥 뚫릴 듯한 솔향을 맡을 수 없는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 들면서 사람들과 섞이는 것이 겁이 날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나는 어떤 향으로 느껴질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꽃이나 나무가 아닌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향을 느끼게 되면서 자꾸만자신을 점검하게 되고 말 한마디 내뱉는 것이 두려워 우물거린다. 열 번을 생각하고 말한다는 친구를 비겁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가 너무 자신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문에서였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오래도록 숙성된 생각이 변하지 않는 그의 향기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싶다. 편안한 그늘과 서늘한 소나무향을 거느린 친구의 곁에는 늘 사람들이 찾아들곤 하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성공의 잣대는 여러 가지로 분류된다고 본다. 명예를 얻은 사람, 부를 이룬 사람, 자식을 잘 길러낸 사람 등. 모두 존경할 만하고 같은 시대를 짊어지고 가는 일원으로 감사해야 할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떤 형태로든 그것을 이루고자 최선을 다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좀 색다른 나의 주장이 있다. 성공한 사람이란 향기를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언제 어느 자리에서나 변함없는 향기로 주위를 편안하게 해 주는 사람이 그다. 얼마나 나를 갈고 닦아야 고향집 뒤뜰의 해당화같이 맑아질 수 있을는지. 오늘은 흰 머리카락에 묻어오던 어머니의 향이 그립다.

영남일보 2005.7.15. 문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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