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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한아이가 문제였다. 세 살 된 남자아이였는데 이 아이는 손가락이 하나가 더 많은 데다 얼굴의 생김새도 약간 이상했고 지능도 떨어졌다. 성한 아이들도 입양이 어려운 터라 이 아이의 입양은 꿈도 꾸질 못했다. 어느새 훌쩍 나이를 먹어 여덟살이 된 아이, 특수학교를 가기에도 난감한 아이, 부모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아이, 호적이 없어 학교도 보낼 수 없는 아이, 그렇다고 시설에 보내기에는 너무나 가슴아픈 아이.
모녀는 며칠 밤낮을 고민하다가 우리로서는 감히 생각도 할 수 없는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아직 시집도 안 간 딸아이의 앞으로 아이를 입적시키기로 한 것이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할머니 나이인 이장댁의 호적에 아들로 등재된 것을 보고 주워온 아이라 마음 상해할 까봐 , 차라리 아버지는 없지만 엄마는 있는 아이로 만들어주기 위해 딸의 호적에 아들로 입적시킨 것이다 그때부터 아이는 이장댁의 손자가 되고 딸의 아들이 되었다.
아주머니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다. 나는 가슴이 너무 뻐근해서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내가 움켜쥐고 사는 그 모든 것이, 또 욕망으로 가득했던 지난 삶들이 부끄럽고 부끄러웠다. 아주머니의 눈은 부드럽고 편안했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마치 법당에 모셔진 보살상처럼 은은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정말 희안하게도 당사자는 웃고 듣는 이는 울었다. 아주머니는 지난 삶을 고통이 아닌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였다. 그분에게 아들, 딸 그리고 손자는 모두 희망일 뿐 절망이 아니었다.
"원장님요, 사람들은 죽어서 천당엘 갈라꼬 애들을 많이 쓰지예. 하지만 살아서 천당을 만들지 못하면 죽어서 천당은 없답니다. 그저 오늘이, 여기가 천당이거니 하고 살아야 한 되겠능교.
원장님은 내가 이 이야기를 하면서 웃으니까 이상하지요? 저 할망구가 돌았나 싶지요? 그런데 나는 진짜 행복합니다.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기 감사하고, 내가 그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기 또 감사하고, 내자식 남의 자식칼 거 없이 내 곁에서 돌볼 수 있어 감사하고....그래서 노상 웃고 다니지예. 안 웃을라꼬 해도 너무 좋아서 자꾸 웃어지지예."
아주머니는 이야기를 끝내고 내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진료실을 빠져나가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보면서 무엇인가 도취된 사람처럼, 영혼이라도 빼앗긴 사람처럼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은 이 느낌을 어쩔 줄 몰라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지난주에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동네 사람들이 전하기를, 아주머니가 몇 년째 쌀이나 부식을 모아다가 노인들이나 불쌍한 사람들 집 앞에 놓아두고 가는데, 그것도 캄캄한 밤에 아무도 몰래 그 일을 계속해오다가 얼마 전에 그 사실이 알려졌다는 ㄳ이다. 그후 아주머니는 동네 주민들과 태화동 성당의 교우들로부터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신부님의 요청으로 가끔 자신의 아픈 경험을 신자들에게 들려주기도 한다고 했다.
그리고 몇년 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시청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대통령상을 받았다는데, 아주머니는 내게 그런얘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사람이 산다는 것을, 희망과 절망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우리는 서로 얼마나 사랑하고 있습니까?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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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름다운이들의 덕분으로 그래도 어제보다 그제보다 조금더 살기좋은 세상이 되는 것이리라.
절망의 늪<독버섯을 먹고 남편을 잃고 아들은 장애가 오고 딸은 수녀원에서 이를모를 병으로
집으로 돌아오고...>에서 모든 것을 뛰어넘고 천사로 태어난 아름다운 이들의 모습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전전긍긍하며 사는 삶이라고 속상해 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진 자 인지 ...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맺고 내일을 기다려야 하겠다.
늘 웃는 모습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겠다.
내게 주어진 모든것은 고통에 끼지도 못하는 것이다.
날마다 웃으며 하루를 열고 닫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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