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행복한 일생도, 불행한 일생도 일장춘몽

다림영 2010. 5. 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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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무책임하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인간에게 일생 동안 행복감의 총량<당사자가 생각할 때> 모두들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전혀 아무런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사람일수록 불만의 정도가 강한 경우도 있고, 그것은 당사자의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행복이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결국 당사자는 불행하다.

 

 

어렸을 때 나는 격렬한 공습이 있고 난 후의 한 순간을 행복하다고 느꼈었다. 얼굴은 그을음투성이에 소화消火작업을 했기 때문에 몸은 흠뻑 젖어 있었으며 도중에 신발이 벗겨져서 발바닥은 상처투성이였다.

 

 

아직 추운 계절이었다. 태양은 연기로 누렇게 보였다. 나는 추워서 벌벌 떨었으며 공복을 채워줄 맛있는 것이 있을 리 만무했다. 다음 공습때 죽을지도 모를 거라 생각했으나, 그래도 나는 살아남아 있게 된 것을 행복하다고 느꼈다.

 

 

객관적으로는 아무리 불행한 상태 속에 있어도 이런저런 형태로서 구제되어질 수도 있고, 어떠한 영광의 빛 속에서도 불안은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구우카이<空海>는 <비장보론秘藏寶論>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이 세상의 광인들은 미친 것을 알지 못하고, 모든 생명 있는 맹자盲者는 눈먼 것을 깨닫지 못한다. 태어나 태어나 태어나는 생의 시작에서 어둡고, 죽어 죽어 죽어 죽어가면서 마침내 죽음의 종말에 또 어둡도다.

다시 말하면 우리들은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것이리라. 우리들이 이 세상에서 확실하게 손을 넣고 경험한 모든 것들도 과연 그만큼 중요한 것이었을까?

 

 

나는 분명히 무지개를 보고 미소 지었으며 환영에 시달려 괴로워했던 것이다<그러나 내가 타인에게 가한 악은 상당히 확실하게 실제로 있었던 것이겠지만>"

구우카이<空海>는 그래도 목청 높이 부르짖는다.

 

 

"공空은 즉 허상의 근본, 허상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나 허상 그 자체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이루며, 절대적인공空은 공이 아니나 공으로 존재하지 않나니"

 

 

어느 누구라도 나쁜 일생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능하다.

사형수라도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은 무엇보다도-결코 완전하지는 않지만- 재미있었다.

 

 

나는 이 나이가 되었지만 별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잘 웃는다. 슬프거나 괴로운 일조차도 우습게 생각된 적도 있다.

반대로 아무리 좋게 보이는 것도 결코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이가 나쁜 부부는 한사람의 죽음으로 한 남은 한 사람이 확실히 구제되지만, 사이가 좋은 부부는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남은 한 사람은 살아가면서 죽음의 고통을 맛보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 이만큼 써왔으면 나는 이를테면 모든 것이 귀찮아진다.번거롭고 귀찮다는 면에 있어서 나는 죽음을 하나의 안식처로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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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평범하고 이 사소함이 가장 큰 ..오래 갈 수 있는 힘은 아닌 가 하는 생각을 하며 기쁨을 찾지 않기로 했다. 아무 맛을 지니고 있지 않은 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듯이

맛난 음료수를 즐겨 먹다보면 병이 찾아오듯이

단 기쁨을 물리고

너무나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을 지극히 사랑하기로 했다.

그것이 나를 생의 여정에 있어서 무탈하게 걷게 하는 힘일것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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