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작지만 얼마나 눈부신가

다림영 2010. 4.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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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붉은 도미가 한 마리 있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하늘을 향해 솟구치고 있는 중이다.

무엇을 위한 도약일까, 먹이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바다로부터 일탈을 위한 것일까?

 

먹이가 물속에 더 많을 터이니,아마도 바다라는 일상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그에게 이렇게 일러주면 어떨까, 대기大氣란 물고기가 살 만한 곳이 못 된다. 조금만 지체해도 숨이 막힐 것이고, 껍질과 지느러미가 마를 것이고, 그래서 죽고 말 것이고.

 

 

그래도  그의 도약은 계속될까? 그럴지도 모른다. 물고기들 중에도 빵만으로 살 수 없는 그런 특별한 놈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런 녀석에게 지금 절실한 것은, 새우나 멸치 같은 하찮은 먹이가 아니라, 이 숨막히는 허망의 바다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리라.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막힘이 없이 트인 저 아득한 수평선, 지느러미를 스치는 이 신선한 바람, 눈이 부시도록 작열하는 칠월의 태양, 그리고 머리 위에 떠 있는 뭉게구름과 그 옆을 날고 있는 노래하는 갈매기들, 이런 것들은 바닷속에서는 한 번도 경험 할 수 없었던 감격이요 전율이 아닌가.

 

 

만약 자기 세계에 안주하고 말았더라면 그는 바다 밖의 세계는 알치 못한 채 그의 짧은 생을 마쳤을 것이다.

그러나 감히 모험을 했고, 그 모험은 그에게 바다보다 더 넓고 더 아름답고 더 찬란한 세계가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잠시 후 그는 다시 바다로 추락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돌아갈 보상은 다만 상처와 고통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그의 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짧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참된 삶이란 예속이 아니라 자유이며, 안주가 아니라 도전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리라. 한 번 진실의 빛을 보아 버린 눈은 결코 그것을 외면할 수 없으니까.

 

 

작지만 용기 있는 저 한 마리의 도미처럼, 나도 날고 싶다.

모든 허망의 바다로부터, 몸을 휘감는 잡다한 일상의 해초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건, 저 도미의 삶은 작지만 얼마나 눈부신가.

 

 

 

달팽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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