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중에서
내가 살던 연암골은 산중에 있었는데, 바로 문 앞에 큰 시내가 있었다. 해마다 여름철이 되어 큰비가 한 번 지나가면, 시냇물이 갑자기 불어서 마냥 전차戰車와 가마, 대포와 북소리를 듣게 되어, 그것이 이미 귀에 젖어버렸다.
나는 옛날에, 문을 닫고 누운 채 그 소리들을 구분해 본적이 있다. 깊은 소나무에서 나오는 바람 같은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청아淸雅한 까닭이며, 산이 찢어지고 언덕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흥분興奮한 까닭이며, 뭇 개구리들이 다투어 우는 듯한 소리, 이것은 사람이 교만驕慢한 까닭이다.
수많은 축筑의 격한 가락인 듯한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노한 까닭이다. 그리고 천둥과 벼락같은 소리는 듣는 사람이 놀란 까닭이고, 찻물이 보글보글 끓는 듯한 소리는 듣는 사람이 운치 있는 성격인 까닭이다.
거문고가 가락 맞게 나는 소리는 듣는 사람이 슬픈 까닭이고, 종이창에 바람이 우는 듯한 소리는 사람이 의심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소리는, 올바른 소리가 아니라 다만 자기 흉중胸中에 품고 있는 뜻대로 귀에 들리는 소리에 받아들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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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는 이제야 도를 깨달았다. 마음의 눈을 감는자, 곧 마음에 선입견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육신의 귀와 눈이 탈이 날 턱이 없고, 귀와 눈을 믿는 사람일수록 보고 듣는 힘이 더욱 까탈스러워 더욱 병통이 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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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빛깔은 바깥 사물에서 생겨난다. 이 바깥 사물이 항상 귀와 눈에 탈을 만들어 이렇게 사람으로 하여금 똑바로 보고 듣게 하는 힘을 잃도록 만든다. 더구나 한 세상 인생살이를 하면서 겪는 그 험하고 위태함이야 강물보다 훨씬 심하여 보고 듣는 것이 강물보다 더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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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들여다 본 책이다. 다시한번 연암의 마음을 따라 며칠 흘렀다.
모든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마음안에 천국과 지옥이 있다.
입꼬리를 자꾸만 올리며 웃는다. 몇번씩 생각하고 다짐한다.
긍정의 힘으로 오늘을 활짝 열었다.
세상이 아름답다.
나는 존재하고 있다.
일을 하고 있고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다.
부족하기 이를데 없으나 앞으로 더욱 행복해질 것을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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