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낯선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글.그림 이지상

다림영 2010. 4. 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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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누구나 떠나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떠나는 순간만큼은 운명처럼 다가온다. 거리에서 카페오레의 향기를 맡다가 불현듯 '파리로 갈테야'라며 배낭을 싸는 학생들도 있고, 허망하고 피곤한 삶에 지쳐 사표를 내고 운명처럼 떠나는 직장인들도 있다. 또한 휴가나 방학을 맞아 즐거운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뒤쳐나가는 이들도 있다. 그곳에서 그들은 잠시 잊고 있던 춤추고 노래하는 신나는 축제로서의 삶을 발견한다.

 

모든걸 훌훌 털고 떠나는 여행자는 이제 그 속에 자신을 던지며 무한한 자유를 맛본다.

그것은 떠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하늘의 축복일 것이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하지만 멀리 보고 싶은 의지가 있는 새만이 높이 날 수 있다.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여행이 내게 준 것들은 허허로운 자유와 이 세상에 살아도 이곳 사람이 아닌 바람 같은 존재감이었다. 땅위를 맴도는 허허로운 바람은 언젠가 지평선 너머를 향할테니 여전히 'Life is a joumey'이다.

그러나 가끔 이런 생각도 한다.

어차피 삶이 여행이라면 굳이 떠나지 않아도 우리는 여행 중이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지구 위에 달라붙어 살고 있지만 그 지구는 태양계와 은하계를 돌고 있다는 것을....

 

 

한때 나는 세상 깊은 곳에는 단 하나의 그림이 숨어 있다고 믿었고 살아 있는 동안 그것을 찾는 것이 삶의 목표였다. 하나의 신, 하나의 깨달음, 하나의 가치, 하나의 이데올로기의 그 '하나'를 찾으면 모든 궁금증이 다 풀리면서 나도 세상도 행복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깊이 파고들며 하나의 숨은 그림을 찾고자 했다. 그러나 세월이 갈 수록 그 길은 요원했고 이건가 하면 아니었고 저건가 하면 아니었다. 그러다 문득 서머싯 모옴의 소설 <인간의 굴레>에 나오는 글을 떠올렸다.

 

 

삶이란 페르시아 양탄자의 무늬처럼 의미가 없다는 것, 다만 아름다움 그 자체로 존재 가치가 있다는 얘기를 떠올리며 나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세상에는 하나의 숨은 그림이 아니라 수많은 숨은 그림들이 있고, 그 그림들의 의미보다는 아름다움,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우리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숨은 그림들이 잘 안찾아질 때 나는 여행을 떠난다. 세상속에 , 타인속에, 내 속에 겹겹이 숨어 있는 그림들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거다. 그 아름다운 그림들을 찾아내는 여행이 나는 정말 좋다.

 

 

'제 친구중 어떤 분은 정말 성실하게 살았어요. 은행 빚을 내서 좋은집도 샀지요. 그 빚을 갚느라고 나이 쉰 살이 될 때까지 놀지도 못하고 알뜰하게 살았는데 그만 빚을 갚는 순간,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그 치료비를 대기 위해 그 집을 팔았대요. 그런 얘길 들으니 참 허무하기도 하고, 아둥바등 살아서 무엇하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전 틈틈이 시간을 내어 여행을 즐기고 있어요."

 

 

"그때, 네가 계속 직장을 다녔으면 지금쯤 남부럽지 않은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을 텐데."

그러면 나는 간단하게 한마디 한다.


"그랬다면 병에 걸려 일찍 죽었거나 아마 정신 병원에 있을걸요"

그만큼 세상을 떠도는 여행은 나에게 절실햇다. 어차피 하나를 선택하려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선택의 순간이 오면 두가지가 다 아쉽게 마련이다. 또 결과에 대해 먼저 예측하고 고민한다. 그러나 답은 잘 나오지 않는다. 온갖 예측만 난무하고 가장 중요한 현재를 부실하게 만든다.

 

어느 길을 가든 가장 중요한 현재,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그 현재가 부실 할 수록 미래 또한 부실해진다.

이럴때는 자신의 삶에서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을 앞에 놓고 나머지는 포기하면 된다. 이렇게 정리하지 못하면 한 치 앞도 나갈 수 없다.

 

 

누구나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이 인생의 계절을 차례대로 공평하게 겪으며 살아간다. 마지막에는 이 길을 걸어온 사람이나 저 길을 걸어온 사람이나 모두 종착점에서 만난다.

사는데 너무 노심초사하지 말자. 미리부터 긴 인생을 살피고 앞날을 걱정하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우린 너무 밀착했었지. 아무리 좋은 연인도 길고 긴 세월을 붙어 있으면 서로의 소중함을 모르는 법. 이제 그대와 한 몸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기보다 거리를 두고 사유해야겠어. 독한 마음으로. 열정이 빠져나가는 썰물 소리는 허전하구나. 그러나 썰물 다음에는 밀물이 오리니.

언젠가 , 길에서 만나 더 뜨거운 열정으로 한 몸이 되겠지.

이제 네 갈 길을 가라. 더 뜨거운 만남을 기약하며.

그래서 여행은 너, 나는 나다.

 

 

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가슴을 비워야 한다. 그건 여행의 태도이기 이전에 일상의 중요한 태도이기도 하다. 결국 여행과 일상은 동전의 앞뒤처럼 둘이 아닌 하나. 여행과 삶을 행복하게 하려면 어깨에 힘 빼고 소박해야 한다.

 

 

 

그때그때 닥쳐오는 어려움과 고민을 해결하면서 계절 따라 옷을 갈아입듯 겸허하게 자연의 순리를 따른다면 삶이란 생각보다 쉬운 과정인지도 모른다. 바르게 살도록 노력하되 '무엇이 바른 것인가'는 하늘에 맡기고, '바른 것을 궁리하는 일'은 사람의 일로 생각하며 노력한다면 잘 살지 못할 까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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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책을 읽노라면 즐겁다. 여행이 꿈이기 때문이다.

먼곳이 아니어도 충분하다.

맴돌던 곳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어쩌면 구속에서의  해방이 되는 것...

날개를 다는일.. 오로지 나 하나만을 위한 ...

 

낯선 길 낯선냄새 낯선느낌...

그것은 생소해서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각별한 느낌으로 온몸에 전류가 흐르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청춘의 기를 받게 되기도 하고 새로운 생각으로 나를 충전하게 된다.

 

삶은 여행이다.  지금의 시간을 여행하고 있는 것이니

굳이 어디로든 떠나 무언가를 얻으려 한다는 것은 모순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은 일탈을 꿈꾸며 나는 나를 비우고

낯선 것들을 채우며 새롭게 늙어가고 싶다.

 

요즘은 삶의 굴레에 묶여 폭삭 늙어버린 기분이다.

봄꽃이 흐드러지고 있다.

꽃을 찾아나서든 특별한 동네를 순례하든

길을 나서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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