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아줌마

다림영 2010. 3. 2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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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를 삼키는 날

 

처음엔 간식인줄 알았다.

반토막사발면을 먹다가 국물이 남았다.

찬밥을 조금 말았다.

반쯤 남은 찬밥..

가지고온  취나물을 얹어 다 먹어치웠다.

생전 쳐다도 보지 않던 사발면을 남김없이 먹고 맛동산, 초콜렛까지 먹어버렸다.

건강 질서를  무시하고 지키지 않았다.

가끔 규칙을 어기고 나면 마음으론 후련하지만 속이 부대끼며 후회를 한다.

 

목까지 차올랐다.

그럼에도 허기가 지고 있다.

 

 

 

*

내 삶의 최고의 사치

 

와인이 떨어지면 슬프다.

쪼르르 ...

반잔은 커녕 겨우 몇방울이다.

다 떨어졌다 !

이번 와인은 4,800원주고 마트에서 세일할 때 마련한 것이다.

 

 

 

 

 

*

아줌마

 

한심한 줄 알면서 아이처럼 손꼽아기다리는 것이 있다. 

모든 것을 극복하고 오늘은 제발 사랑이 승전하기를 학수고대하면서

연속극이 방영되는 시간 때문에 자꾸만 시계를 올려다 본다.

그때는 누구도 말을 시키지 않기를 소망하면서 할일을 서둘러 마치고

조용히 기다린다.

제를 올리는 것처럼1

 

아줌마는 힘이 세고 얼굴이 두꺼워 큰소리로 말하기도 하지만

속은 비어있어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가끔 아줌마는 그 빈 속을 달래려고  드라마를 본다.

그리고 주인공 젊은남자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것이다.

 

 

*

꽃샘추위

 

화장실 다녀오다 추워 마구 뛰어왔다.

어제 만난 개나리, 오늘 본 진달래

집에도 가지 못하고 그자리에 앉아 모두 다 얼어죽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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