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노인은

다림영 2010. 3. 1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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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동네 할머니가 지나다 들리셨다.

아...

그러나 노인은 말이 많았으며 아주 길었다.

술취한 중년남자처럼 한 말 또하고 또 한 말 또 하고 그 한 말 다시 또 하는 것이다.

내용은 한가지였다.

..

 

노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며 그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은 응당 젊은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지만  끝까지 웃으며 들어주는 일이란 큰 인내심이 필요하기도 하다.

주변을 생각하니 대부분의 노인들이 거의 비슷했다.

 

그분들도 젊었을때는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 또한  젊은이들에게  그들보다 좀더  살았다고 미주알고주알 참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가끔 나를 돌아보아야 하겠다.

다시 한번 읽어보는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 이다.

매일마다 기도하며 조용히 아름답게 늙어가야 하리라.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

 

주님,

주님께서는 제가 늙어 가고 있고 언젠가는 정말 늙어 버릴 것을 저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십니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때나 무엇에나 한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를 사려 깊으나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제가 가진 크나큰 지혜의 창고를 다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저도 결국에는 친구가 몇 명 남아 있어야 하겠지요. 끝없이 이 얘기 저 얘기 떠들지 않고 곧장 요점을 향해 날아가는 날개를 주소서.

 

 

제 팔다리, 머리, 허리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막아 주소서. 제 신체의 고통은 해마다 늘어 가고 그것들에 대해 위로받고 싶은 마음들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얘기를 기꺼이 들어주는 은혜야 어찌 바라겠습니까마는 적어도 인내심을 갖고 참을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제 기억력을 좋게 해 주십사고 감히 청할 수는 없사오나 제게 겸손한 마음을 주시어 제 기억이 다른 사람의 기억과 부딪칠 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들게 하소서. 저도 가금 틀릴 수 있다는 영광된 가르침을 주소서.

 

 

적당히 착하게 해 주소서. 저는 성인까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어떤 성인들은 더불어 살기가 너무 어려우니까요. 그렇더라도 심술궂은 늙은이는 그저 마귀의 자랑거리가 될 뿐입니다. 제가 눈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저로 하여금 뜻하지 않는 곳에서 선한 것을 보고 뜻밖의 사람에게서 좋은 재능을 발견하는 능력을 주소서.

그리고 그들에게 그것을 선뜻 말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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