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봄비/조병화

다림영 2010. 3. 1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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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조병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온종일 책상에 앉아, 창 밖으로 멀리
비 내리는 바다만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노라면
문득, 거기 떠오르는 당신 생각
희미해져 가는 얼굴
그래, 그동안 안녕하셨나요

실로 먼 옛날 같기만 합니다
전설의 시대 같은
까마득한 먼 시간들
멀리 사라져 가기만 하는 시간들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
그 속에, 당신과 나, 두 점
날이 갈수록 작아져만 갑니다

이런 아픔, 저런 아픔
아픔속에서도 거듭 아픔
만났다가 헤어진다는 거
이 세상에 왜, 왔는지?
큰 벌을 받고 있는 거지요

꿈이 있어도 꿈대로 살 수 없는
엇갈리는 이 이승
작은 행복이 있어도 오래 간직할 수 없는
무상한 이 이승의 세계
둥우리를 틀 수 없는 자리
실로 어디로 가는 건가

오늘따라 멍하니 창 밖으로
비 내리는 바다를
온종일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왈칵, 다가서는 당신의 얼굴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가
그렇게도 어려웠던가.

 

------

 

봄을 재촉하는 비가 멈추었다가는 쏟아졌고 쏟아지다가는 가늘게 내렸다.

어느새 어둠은 깊어가고  비는 그쳤다.

내일이면 금세라도 노오란 꽃망울들을 사방에서 만날것만 같다.

그러면 조금더 밝고 조금더 가벼운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봄비가 그렇게 하염없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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