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가슴에 묻은 김치국물

다림영 2010. 3. 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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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라면을 먹다

모처럼 만에 입은

흰 와이셔츠

가슴팍에

김치국물이 묻었다

 

난처하게 그걸 잠시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평소에 소원하던 사람이

꾸벅, 인사를 하고 간다

 

김치국물을 보느라

숙인 고개를

인사로 알았던 모양

 

살다보면 김치국물이 다

가슴을 들여다보게 하는구나

오만하게 곧추선 머리를

푹 숙이게 하는구나

 

사람이 좀 허술해 보이면 어떠냐

가끔은 민망한 김치국물 한두 방울쯤

가슴에 슬쩍 묻혀나 볼일이다.

 

-손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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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식으로든 나를 일깨울 수 있다면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김치국물이든 그무엇이든 슬쩍 묻혀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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