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여행

왕송호수 /의왕시

다림영 2010. 3. 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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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과의 약속으로 일터에 나갔던 터였다. 일을 끝내고 호숫가로 나갔다. 온통 회색빛이었다.

비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바람이 제법 일었지만 한손엔 뜨거운 커피를 들고 저마다 차안에서 혹은 밖에서 호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봄의 빛이 어딘가 분명 숨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았다.  하늘은 무거운 잿빛이었고 바람까지 11월처럼 스산했다. 뜨거운 커피라도 들고  일렁이는 호수를 바라볼걸... 그랬으면 각별한 마음으로 어떤 울림이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커피조차 가격으로 셈하는 내가 되고 말았다.

 

 

 

조금만 기다리면  나무는 연두빛 환한모습으로 잎을 피워낼 것이다.  그때에 호수는 전혀 다른 얼굴로  나를 반겨 줄것이다. 그러면 내 마음도 그렇게 물이 들겠지...

 

 

 

오리떼다..

카메라가 멋져야 하는데..

이럴때 가장 부러운 건 .. 근사한 카메라를 메고 있는 이들이다.

 

힘좋은  누군가 저 근처에 돌멩이 하나 던지면 후르르 오리들은 날개를 펼치고 ...

생각만 해도 ... 그곳까지 돌멩이가 날아갈 수나 있기나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때를 기다리며 긴긴 시간 커피를 두어잔씩  하며 그 기다림으로 ..

한장의 멋드러진 자유를 찍을 수 있을 터인데...

씁쓸한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다.

 

 

 

 

 

 

나무는 눈이 시리도록 호수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이렇게 흐린날은 자전거로 달려와 웃으며 말을 걸던 그여자를 기다리고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혹한 바람을 견디며 뿌리를  내리던 그 겨울은 이제 모두 지나갔다.

나무는 오직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고

나무는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

이젠 매일마다 팔을 벌리고 체조를 하며 파릇파릇 잎을 피워낼 것이다.

 

그러나 나무는 그녀가 이사갔다는 소식을 전해듣지 못했다.

그녀의 향기, 그녀의 긴 머리카락, 그녀의 은은한 목소리...

 

날이 저물고 있었다.

나무는 또 내일을 기다릴 것이다.

 

 

 

 

 

 아득한 호수위로 날개를 단 봄이 춤을 추고 있었다.

강아지는 호수를 바라보며  가끔 짖었다.

분명 환하게 웃는 봄과 눈이 마주친 것이리라.

 

 

 

 

봄이면 바람따라 이곳까지 놀러오고

여름이면 물고기를 잡는 이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가을이면 주전자를 들고 아버지를 따라나섰고

겨울이면 동생들과 썰매타기도 했지

해마다 그 겨울엔 누군가 죽었다는 소문이 떠돌았는데...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노을을 바라보던 때도  있었다.

...

...

봄이 오던 저물녘 혼자 걸어보았다.

 

 

 

 

 

이 길을 따라 반대편으로 걸어들어가면 가슴이 크고 넓은 왕송호수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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