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명절을 지낸 후

다림영 2010. 2. 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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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도 지났다.  이제 곧 연두빛 봄이 찾아오리라. 그런데 마치 11월의 거리 인듯 마음에는 횡한  바람만 일고 있다. 요즘은 날마다 버스에 몸을 싣게 되고 책은 접고 차창밖의 반짝거리는 풍경에만 몰두하게 된다. 아무생각도 없는 사람처럼 표정은 없고 눈빛엔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내 안의 모든 것이 텅 빈 것만 같다. 흐린구름은 겹겹이 쌓이고 마른낙엽이 미친여자처럼 돌아다니는 11월의 거리를 보는 듯 하다.  봄이 곧 오신다는데 나의 결핍은 무엇인가?

 

 

 

전등의 스위치를 모두 올렸다. 그래도 밝지 않은 것 같다. 찌푸린 날씨가 가려지지 않는다. 눈이 올것 같기도 하고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기도 하다 .

앞 가게의  너른 홀에도 손님하나 보이지 않는다. 일하는 이가 더 많다. 열심으로 테이블을 닦고 또 닦고...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때의 그 막막함이란...

 

 

모짜르트와 종일 함께 한다. 어느때에 모짜르트는 환한 봄의 평화로움으로 밀려들어 깃털같은 마음인가 하면 오늘같은 날에는 더없는 고독에 무게를 얹으며 막막하게 흐르는 것이다. 같은 곡을 들으면서도 이렇듯 어떤 때는 하늘을 날을 듯이  또 어떤 때에는 너무나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밖의 것이 아닌 마음이 문제인 것이리라.

....

리듬이 경쾌해지고 있다. 납덩이같은 마음을 끌어올려 본다. 축늘어진 마음이 간신히 끌려 올라오고 있다 .

 

 

손광성님의 '달팽이' 수필집을 다시 꺼내들었다.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읽는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처럼 읽는다.글이 마치 그림같다. 한 폭의 말간 수채화 같다. 읽고 또 읽고 다시 읽는 고적한 오후....

 

 

 간판불들이 하나둘 켜지고 있다. 어지간히 흐린 날이다. 명절의 마지막 날 고속도로의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미장원이 문을 열었을라나... 파마라도  해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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