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우리집 막내

다림영 2009. 12. 3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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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막내는 내년이면 중학생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생각은 군대 간 제 큰형보다도 깊고 넓다.

오늘은 녀석이 태권도 학원에서 썰매장에 가는 날이었고 날씨가 너무 추웠다.

따뜻하게 입혀 보내려는 나와 추워도 구색맞게 옷을 입으려는 아이와의 사이에 불협화음이 일었다.

녀석은 이제 곧 중학생이 될것이고 그래도 조금은 옷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옷은 아니어도 맞추어 입어야 한다는 얘기다.

 

 

언제 한번 우리가 스키장을 가 본적이 있었나 아이의 겨울옷은 뻔했다.

형들이 입던 옷을 내내 물려받았으므로 그 흔적이 역력한 것이다.

하물며 무릅부분은 청바지 처럼 부러 튿어놓은 것처럼 되어 있었다.

유일하게 두께가 있는 바지가 그것 하나였으므로 나는 아이에게 입어야한다고 했다.

 

녀석은 거절했으나 다른 바지들은 썰매장에 입고 가면 다 젖게 될 것이므로 엄마 말을 들어야 했다. 얇은 옷이라도 구색을 맞추어야 한다는 녀석...그러면 그 바지와의 한벌인 윗도리를 입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윗옷은 또 생각보다 얇아서 늦가을에나 입는 옷인 것이다. 나는 극구 말려 두터운 옷<큰형의 점퍼>으로 입히고 집을 나섰다.

운동겸 녀석을 도장까지 바래다 주마하고 따라나섰는데 녀석은 내 투덜투덜 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녀석의 말이 맞기도 하다. 생전 변변한 옷 한벌 사주지 않았고  그래도 제말처럼 나이가 있는데 후즐근하면 후배들에게 조금은 그럴 것이다.

 

도장으로 속속 들어가는 아이들을 보니 마치 스키장에라도 가는듯한 복장이었다.

그래도 손을 흔들며 녀석이 도장으로 들어갔다. 목도리와 씌워준 모자를 벗어 가방에 넣으며 ....

돌아서는 마음이 좋질 않았다. 하지만 오후까지 녀석이 따뜻하게 지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던 중 낮선 전화번호가 찍혔다. 받아보니 막내였다.

녀석 하는 말..

"엄마 내가 옷 가지고 한 말 잊어버려. 미안해 . 없었던 일로 해. 잘 다녀올께..."

..

아무래도 난 녀석과 전생에 아들과는 다른 각별한  인연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다.  다른녀석들과는 많이 다른 녀석의 마음씀으로 춥고 추운 오늘이 따뜻하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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