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한 겨울

다림영 2009. 12. 28.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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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춥다.

발도 시렵고 다리도 춥다.

조끼도 추워서 점퍼를 입어버렸다.

일찍가야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늘 같은 퇴근시간이 되고 말았다.

 

엄마는 길이 미끄러워 못나오시고

막내동생이 나를 지키러 볼모로 잡혀있다.

용돈 쥐알만큼 안겨주어야 하겠다.

그녀석 5학년때 나는 시집을 가고 말았다.

나의 큰 녀석이 생기기 전까지

나는 막내가 눈에 밟혀서 퇴근을 하면

시댁으로 가지 않고

친정에 들리곤 했었다.

과자 한보따리를 마루에 풀어놓고

집을 치워놓고 녀석과 잠깐 놀다가

그렇게 돌아가곤 했다.

 

어느새녀석은 서른하고도 여섯살..

아니 일곱이 되는 것인가..

아..

아직도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사진만찍으면서..

그렇게 살고 있다.

꼭 오학년 그때의 그 아이같다.

 

나는 내 아이들이름을 부를때 가끔 막내동생의 이름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

너무춥다. 일어나야 하겠다.

녀석은 뭘 보고 있나..

내가 올렛길 다녀왔다니

녀석은 22일동안 제주를 걸어서 섭렵하고 팔만장도 넘는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대단한 놈이다.

사진을 찍어 먹고 사는 놈이니 ..

근데 걱정이다.

그냥 내버려두어도 되는 것인지..

 

춥다.

정말 일어나자.

종아리가 썰렁하다.  내복을 두개나 입었는데도 말이다.

손님..

없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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