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나이 먹어 봐, 생각보다 좋아/

다림영 2009. 12. 3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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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난히 국내여행을 많이 했다 . 여행기자라는 직업도 이유겠지만 딱히 그것이 아니더라도 틈만 나면 서울.대전. 부산. 광주를 찍고 남도를 돌아 강원도로 향했다. 외국이 단지 외국이라는 이유로 선망의 대상이었던 20대에는 전 세계를 다 밟아보겟다고 의욕을 불태운 적이 있었다. 30대가지 그 의욕을 야금야금 현실로 옮기며 사증란의 늘어나는 출입국 도장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여구넌이 네번 바뀌었을 때, 70개국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마흔이 넘으면서 국내여행이 좋아졌다. 나이가 들면 식성도 변한다더니, 여행의 취향도 함게 변한다는 생각도 했다. 청춘의 시절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 시절에는 궁상맞아 보이던 달동네조차 아련한 감상으로 다가온 곳은 군산과 목포에서였다.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소소한 인정이 겨울난로보다 따뜻하게 느껴졌던 곳은 정선에서였다.

 

 

강경의 옥녀봉 매점과 봉평 막국수 집의 할머니를 보면서, 몇 년 후에 다시 찾았을 때도 지금처럼 건강하시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올해 마지막 여행은 며칠 전 성탄절 연휴에 했다. 봉하를 거쳐 마산을 지나 무안에서 마감하는 , 올해 가려고 햇으나 가지 못한 곳을 정리하는 여행이었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내년이면 마흔을 맞는 후배가 말했다."마흔이 되는 기분은 서른이 될 때와 또 다르네요. 왜 이렇게 답답하고 우울하죠?"

 

그말을 들으며 빙그레 웃었다.<나보다 인생을 더 많이 살고 계신 선배들에게는 송구한 말이지만> 나도 비슷했으니까. 위로를 바라는 후배에게 해줄 수 있는 짧은 말은 "살아봐. 생각보다 좋아" 라는 것이었다.

 

 

사실이 그랬다. 마흔이 넘어 환경이 나에게 최적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스스로 사람과 주변에 맞추려 고군 분투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에 좌절하고 화도 났었다. 그런데 마치 익숙한 옷을 입은 것처럼 이 땅에 사는 것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사람과 소통하는 법도 노련해졌고, 넓어진 인간망은 도움이 필요할 때 늘 적재적소에서 요긴했다. 굳이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이 땅의 모든 것이 나를 위해 맞춰지고 있다는 자신감은 마흔이 준 선물이었다. 게다가 출퇴근길 버스 기사의 경쾌한 인사도 , 친절한 동주민센터 직원도, 가전제품이 고장나면 득달같이 달려오는 A/S기사의 속도감도, 하다못해 지하철 화장실의 청결한 관리가지 소위 선진국도 따라오지 못하는 공공서비스의 수준이 늘 감동스러웠다.

 

 

민족이나 애국주의 따위가 아닌,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결이 부드러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몇시간이 지나면 누구 하나 예외 없이 한 살의 나이를 더 먹는다. 익숙했던 앞 숫자 나이를 더 이상 못쓰는 사람들에게 새해는 더 각별할 것이다.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두려워 말지니, 모든 새로운 것에는 만나 보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 또 다른 즐거움이 숨어 있으니, 자기의 아이를 첫 대면하는 산모의 마음으로 경인년 새해를 맞이하시길.

 

 

조선일보 2009/12/30 윤용인의 '아저씨 가라사대' /노매드 미디어&트래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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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다보면 잃는 것이  많다. 그러나 얻는 것 또한 그못지 않으니 아름답게 살 방도는 어디에든 있다. 글쓴이의 말씀처럼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 그렇게 슬픈것만은 아닐 것이다.  세월따라 흐르다 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이 언젠가부터 정말 부드러워졌다. 부정적이던 시선이 곱게 바뀌고 순하게 되었다.

 

 

어떻게 살던 무슨일을 하건 큰것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평범한 일상을 지키는 일은 평범하지 않은일이다.아니 어쩌면 비범한 일일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무너지고 흩어지고 사라지는  평범치 못한 이들이 너무나 많다. 하여 평범을 지켜 내는 일들이 인생의 큰 과업이란 생각이 부쩍 들고 있다.

또한 잘 사는 이들도  많아서 그들과 비교하면 초라해서 도무지 일어설 기운이 생겨나지 않지만 나보다 못한 수많은 이들을 생각하면 나는 부자이기만 한 것이다.

 

 

비교하는 삶은 더없는 가난을 초래한다. 이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주소지를 이전해야 하겠다. 새해에는 마음의 부자동네로 주소를 옮길 것이다. 그 부자들의 숲에는 신록이 우거져 청춘의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흔한 얘기지만 정말 나이란 것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고운시선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밝은 마음으로 세상일을 헤쳐나가야 하리라. 

평범한 일상에 충실하며 작지만 눈부신 나의 역사를 써야 하겠다. 청춘의 마음을 잃지 않으며 자유로운 내 영혼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기지개를 한껏 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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