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무슨 일이건 그저 좋아서 하면

다림영 2009. 12. 2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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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초봄이든가 해가 질 무렵에 얌전하게 생긴 여승이 한 분 찾아 왔는데 그가 바로 영담 스님이었다. 그는 결코 우락부락하지도 않고 단정한 몸매에 말시도 차분하고 얌전했다. 소문으로 듣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인상을 말하면서 우리는 한바탕 크게 웃었다.

 

지난 5월, 그가 시험삼아 만들었다는 몇장의 종이와 함게 이런 사연을 우편으로 부쳐왔었다.

 

<스님, 진달래꽃물 종이입니다. 연사흘 저와 같이 일하는 아주머니 다섯분과  열심히 따모은 진달래꽃을, 곱게 찧어 항아리에 한달 동안 삭히었다가 고운 체로 밭쳐낸 꽃물을 들여보았습니다. 그런데 착염제로 쓴 백반이 무쇠솥의 녹물을 쉽게 우려내리라는 예상을 못한 어리석음으로, 그만 제 빛깔을 죽이고 이런 색깔의 종이를 만들어 내게 되었습니다.

 

잠시 선홍빛 진달래의 설움이 제 설움이 되어 가슴 아렸지만, 한마음 돌려서 다시 보니 이 빛깔 또한 좋고, '얻기 어려움'이라 싶어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내년에는 진달래꽃 제 빛 종이를 실수없이 만들어 내리라고 생각합니다.>

 

영담스님이 이 편지를 쓴 종이가 바로 그 종이인데, 잔뜩 눈을 머금은 하늘빛 같은 그런 빛깔이었다. 뭐라고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그의 말대로 얻기 어려운 빛이었다.'선홍빛 진달래의 설움이 제 설움 되어 가슴 아렸다'니 역시 여성의 섬세한 감성이구나 싶었다.

 

편지는 뒤이어 이렇게 끝을 맺었다.

<스님께서 종이 만드는 일에 긍지를 가지라고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나 사실 저는 이 일을 하는데 대해서 긍지도 부끄러움도 없습니다. 그저 좋아서 만들고, 만들며 잊으면서 늘 자취 없는 마음입니다. 종이를 많이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몇장이나마 스님의 즐거움이 되시기를 바라옵고 수줍게 올립니다.>

 

편지의 사연이 그가 만든 한지처럼 담박하고 수수하면서도 정감이 흐르기에 나는 그 편지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무슨일이건 그저 좋아서 하고, 하고 나서는 잊으면서 늘 자취 없는 마음이라면 그 일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 일을 하면서도 그 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가 있다.

대개의 경우는 자기가 하는 일에 얽매이게 마련인데, 자취 없는 마음, 즉 빈 마음이라면 어디에도 거리낄게 없다. 우리가 세상을 사는 일도 이와 같이 할 때,

거기 삶의 무게가 내릴 것이다. "

 

 

 

<텅빈 충만/법정>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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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매일 수 밖에 없는  삶이지만  그러한  부자유함 속에서도 아주 작은 틈새의 빛을 발견한 나는 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환해졌습니다.

꼭 짜여진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어쩌다 한번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 떠납니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아름다운 여행입니다.

사소한 것들이 굉장한 기쁨과 행복으로 다가올 줄 미쳐 몰랐습니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고 기쁨은 큰 것에 있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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