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걷는 것이 즐거움이고 그것이 순례의 의미까지 지니게 되었다. 걸으면 마는 맑아지고 경건해지기 때문이다. 걸음은 삶의 오만을 버리는 기도이고, 번뇌를 지우는 죽비이고, 평화를 건네는 풍경소리가 된다.
길위에서 나는 또 하나의 사실을 깨닫는다.걸으며 내가 만나는 모든 것들이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다. 나무나 새나 풀벌레, 그리고 하늘의 별과 바람이 모두 나와 함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가슴으로 느끼고 있다. 그것들은 마치 식구처럼 나의 일상이 되고, 또 나의 마음에 식구처럼 자리하고 있다.
만약 걸어서 이 세상을 주유한다면 나는 감히 세상의 모든 존재를 나의 식구라고 말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걷는다는 것은 다만 다리로 하는 공간 이동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닫힌 마음에서 열린 마음으로의 이동을 의미하기도 한다.
걸으면서 풍경은 대상이 아니라 마음이 된다. 빠른 속도로 지나치면 풍경은 사라지는 대상이 되지만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면 풍경은 마치 꽃송이처럼 가슴에 내려와 새롭게 피어나는 것을 실감할 수 가있다.
수필 <나는 걸어서 바다에 간다> 중에서 /성전스님.남해용문사 주지<2009/10/7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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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에 재미가 들렸다.
가끔 피로할 때도 있지만 걸으면서 새삼스럽게 발견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지나치고 보지못하던 소소한 것들이 내게 손짓을 하며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가만히 들여다 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자기만의 이야기로 보석처럼 반짝인다.
작지만 눈부신 만남을 위해 나는 이제 조금씩 집에서 더 먼 곳을 찾아 걷게 되었다.
낯선곳을 걸으면서 천천히 마음을 나누는 일은 어쩌면 나 자신을 돌보는일이다.
길은 마음을 내어 주는대로 모두 받아준다.
혼자있게 하며 넓고 깊게 나를 돌아보게 한다.
상처난 영혼을 위로해준다.
이제 그 미미한 시작으로 나는 낯선길을 그리워 하게 되었다.
걷는행복으로 생이 부쩍 아름다워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