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얌전한 레슬러/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김재혁 옮김

다림영 2009. 11. 2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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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부터 99살까지, 동심에 바치는 책>

 

얌전한 레슬러/외덴 폰 호르바트

 

사람들 중에는 너무 늦게 태어나 불운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에 나오는 한 레슬러가 이 지구상에서 태양과 별들을 천 년 전에만 바라볼 수 있었던들, 그는 분명 한 왕조의 창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세계 챔피언이 되었을 뿐이다.

 

그레슬러는 모든 사람들에게 온순하게 대했다. 심지어 반칙을 범하는 상대방과 불공평한 심판에게도 그는 온순하게 대햇다. 그가 불평하는 것을 본 사람은 없다. 그는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계속해서 겸손하게 겨루기를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모든 것을 자신의 두 어깨에 짊어졌다.

 

 

그렇게 해서 그는 모든 레슬러협회의 모범이자 명예회원이 되었다. 어느날 밤<그가 건장한 체격의 잔인한 헤라클레스에게 멋지게 승리를 거둔 날 밤이었다> 사탄이 친히 그의 침대에  다가 앉아서 마치 어머니가 아이에게 말하듯이 이렇게 이야기 했다.

 

 

 

"아, 나의 얌전하고 설탕처럼 달콤한 아이야, 네가 만약에 나와 함께 가서 나를 위해 그 고약한 대천사를 물리쳐준다면, 너한테 이세상에서 가장 멋진 것을 선물하마!"

"그게 대체 뭔데요?"

우리의 얌전한 레슬러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어보았다.

"이 세계를 주겠다!"

사탄이 그렇게 속삭이면서 집게 손가락으로 허공을 찔렀다.

하지만 그 얌전한 청년은 하품을 하며 말했다.

"고맙기는 하지만, 나는 벌서 세계를 정복했는걸요."

 

 

 

 

법 앞에서/프란츠 카프카

 

법 앞에 문지기가 하나 서 있다.  시골에서 한 남자가 찾아와 문지기에게 법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문지기는 지금은 그에게 입장을 허락할 수 없다고 말한다. 남자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나중에는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럴 수 있겠지요."

문지기가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안 돼요"

법에 이르는 문이 여느 대처럼 열려져 있는 데다가 문지기가 옆으로 비켜셨기 때문에 그 남자는 그 틈에 문 안을 들여다보려고 허리를 구부린다. 문지기가 그것을 보더니 웃으면서 말한다.

 

 

"그렇게 마음이 끌리면 나를 제치고 한번 들어가보시오. 하지만 내가 힘이 세다는 걸 명심해둬요. 나는 가장 말단 문지기에 불과하지만 방에서 방으로 갈수록 힘이 센 문지기들이 서 있어요. 세 번째 문지기의 얼굴을 나는 쳐다보지도 못했어요."

 

 

시골에서 온 그 남자는 그러한 어려움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법은 누구에게나 그리고 언제나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고, 그는 생각한다.그러나 그때 모피 외투를 입은 그 문지기를, 그 사람의 커다란 뾰족코와 길고 엷은 타타르풍 턱수염을 자세히 살펴본 그 남자는 입장허가를 얻어낼 때까지  차라리 기다리기로 결심한다. 문지기는 그에게 걸상을 하나 건네주고 한쪽 문 옆에 앉으라고 한다. 그는 몇 날 몇해고 거기에 앉아 있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려는 여러번의 시도를 한다. 그는 끈질긴 부탁으로 문지기를 피곤하게 만든다.  문지기는 가끔가다 몇마디씩 던져 그 남자를 신문해본다. 문지기는 그에게 고향과 그밖의 여러가지 것에 대해서 물어본다. 그러나 그것은 높으신 분들이 으레 던지는 하나마나한 질문들과 다름없다.

 

 

언제나 끝에 가서는 문지기는 아직은 그를 들여보낼 수 없다고 말한다. 여행을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해가지고 온 그 남자는 모든 것을 탕진한다. 문지기를 매수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아주 값진 것이라고 해도, 문지기는 그 모든 것을 받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 모든 것을 받는 것은 다만 당신이 무언가 빠뜨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지요."

 그 여러해 동안 그 남자는 문지기를 거의 끊임없이 관찰해왔다. 그 남자는 다른 문지기들의 존재는 망각했다. 그리고 이 첫 문지기만이 그가 법으로 들어가는 데 있어서 유일한 방해물인 것처럼 보였다. 그는 그 불행한 우연을 저주하고 화를 냈다. 첫 몇년 동안은 막무가내로 그리고 큰소리로, 나중에 늙어서는 그저 조그만 소리로 투덜댔다.

 

 

그는 이제 노망기가 들었다. 문지기를 오랫동안 살피는 과정에서 그 남자는 문지기의 외투 깃에 살고 있는 벼룩가지도 알게되어 벼룩에게도 그를 도와 문지기의 마음을 바꾸도록 해달라고 부탁한다. 마침내 그는 시력까지 약해져, 정말로 그의 주변이 어두워진 것인지 아니면 단지 그의  눈이 착각을 일으키는 것인지 알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어둠 속에서 법의 문으로부터 뻗쳐나오는 뚜렷한 빛살을 알아본다. 이 어둠 속에서 법의 문으로 부터 뻗쳐나오는 뚜렷한 빛살을 알아본다. 이제 그는 앞으로 얼마 살지 못한다. 죽음을 앞두고 그 남자의 머릿속에서는 지난 모든 경험이 그가 지금까지 그 문지기에게 아직 던지지 않은 한 가지 질문으로 집약된다.

 

 

그는 굳어가고 있는 자기 몸뚱어리를 더 이상 일으켜 세울 수 없기 때문에 문지기에게 눈짓을 한다. 문지기는 그를 향해 깊이 허리를 굽혀야 한다. 왜냐하면 키의 차이가 그 남자한테 아주 불리한 쪽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뭘 더 알고 싶어요?"

문지기가 묻는다.

"당신은 정말 물릴 줄 모르는 군요."

"모두들 법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남자가 말한다.

"어떻게 해서 그 오랜 세월 동안 나 외에 아무도 입장을 요구하지 않은 거지요?"

문지기는 그 남자의 종말이 다가왔음을 알았다. 그리하여 문지기는 그 남자의 꺼져가는 청력에 닿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는 어느 누구도 입장을 허가받지 못했지요. 왜냐하면 이 문은 오로지 당신만을 위해서 만들어졌으니까요. 나는 이제 문을 닫아야 하겠군요."

 

 

<동화와 현실은 서로 인접해 있지만, 동화는 이 지상에서 조화로운 해결을 모색한다-안데르센>

 

옮긴이의 말씀 중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말테의 수기>에서  시인이 동경하는 전원풍경과 그 속에서의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읽고 있는 시인은 산 속에 조용한 집을 한 채 갖고 있다. 그의 목소리는 맑은 대기 중에 울리는 종소리 같다. 그는 자기 방의 창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다정하고 쓸쓸한 하늘을 조심스레 담아내는 책장 유리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행복한 시인이다. 나는 바로 이런 시인이 되고 싶다.

 

 

어쩌면 그의 마호가니 책상의 서랍 속에는 지난날 처녀들의 누렇게 바랜 편지들과 뜯겨진 일기 몇장이 들어있을지도 모른다<.....> 가만히 앉아서 오후의 따뜻한 햇살을 바라보고 또 과거의 처녀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고, 게다가 시인이라면 그 얼마나 행복한 인간의 운명인가.<....> 내겐 방하나만 있으면 된다<밝은 다락방이면 좋겠다>. 나는 나의 오래된 물건들과 가족사진들 그리고 책들과 함께 그속에서 살고 싶다.

 

 

그리고 팔걸이와 의자 하나와 화초들과 개들, 돌길을 위한 튼튼한 지팡이가 하나 있으면 될 것이다. 그밖에 무엇이 더 필요하리. 다만 옛날식 꽃문양을 넣은, 노랗고 상아빛이 감도는 가죽으로 제본한 책 한 권이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 여백에다 나는 글을 써넣으리라. 나는 많은 것을 쓰고 싶다. 내겐 생각과 추억이 넘치도록 많으니까.'

 

 

 

 

어떤 종류의 책이든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늘 이 대목을 가슴 깊은 곳에서 꺼내 나만의 풍경으로 펼쳐놓고는 책읽기를 시작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긴 장마의 한가운데에서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자신의 세계로 빠져들어가는 성찰의 시간 만들기에 다름 아니다. 그것은 고적감을 즐기고 또 그것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수도승의 자세가 아닐까? 그렇게 해서 테오도르 하이네의 <파란꽃>에서처럼 온갖 고초를 다 겪은 뒤 자기만의 '파란꽃'은 자기만의 자유와 행복과 소망의 또다른 이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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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편의 독일작가들의 동화모음이다.

잘읽히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잡다한 일들이 토네이도처럼 내게 몰려 들었고 언제나 그랬지만 나는 이러한 이야기속에 쉽게 빠져들지 못하고 언제나 반쯤 기어들어갔다가는 허우적 거리고 시간만 보내기가 일쑤이다. 99세까지 아름다운 동심에 바쳐질 책이라고 했는데 나는 동심이 되지 못하고 겉돌기 만 하다가 간신히 오늘에서야 덮는다.

언제쯤 마음이 편안해져서 몰입을 하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속에 빠져들 수 있
을 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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