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다정多精도 병인양하여/손종섭

다림영 2009. 11. 3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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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만 있을 것을/실명씨

 

보고만 있을 것을, 말만 하고 참을 것을,

져근덛01 참았더면 전혀 일이 없을 것을,

원수의 이 눈 탓으로 살든 가슴02 썩히노라.03

 

01저근덛:잠깐동안,

02 살든가슴:살뜰한 가슴, 알뜰 살뜰한 속마음

03  썩히노라:썩게 하노라.

 

서로 마추쳤으니 볼 수밖에, 눈에 확 띄니 눈여겨볼 수밖에, 그래도 담담히 그저 보고만 있을 것을,한 번 봄으로도 '눈정'이 흠뻑 들어 참기 어려운 처지에, 공연히 말을 걸었다가, 더욱 마음끌려 더더욱 참기 어려웠다. 그래도 참아야 했을것을! 꾹 참고 있어야 했을 것을, 참자 참자 하면서도, 끝끝내 꾹꾹 참지 못하고, 잔뜩 버티고 버티고 있던 '참는 성벽'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우리의 인연은 음양상충陰陽相衝의 전격電擊처럼, 뇌성벽력雷聲霹靂!그예 혼돈 속으로 불꽃을 튕기고 말았던 것이다.

 

이로부터 우리의 그지 없던 순간의 행복은 일장춘몽! 깨고나니 나날 번뇌 갈등! 헤어나지 못하는 신세로 동여져 있다. 뼈아픈 후회도 쓸데없는 , 이미 '불륜의 불도장<낙인>이 찍혀 있었으니 어이하랴?

 

 

 

 

매암이 맵다하고/이정신

 

매암이 맵다 하고 쓰르라미 01 쓰다하네.

산채山菜를 맵다느냐?박주薄酒를 쓰다느냐?

우리는 초야草野에 묻혔으니 맵고 쓴 줄 몰라라!

 

 

 

매미는'매암 매암....!' 쓰르라미는 '쓰르람쓰르람...!' 온종일 동네가 떠나가라 울어대는 것은, 어쩌면 산나물 맛이 맵다는듯, 막걸리 맛이 쓰다는듯, 그런 양으로 듣고 나니, 들을 수록 늘 그런 양으로만 들려온다.

그러나 우리네 시골 사람들이야, 산나물도 꿀맛이요, 막걸리도 선미仙味인 것을! 저 녀석들의 입은 너무나 사치스러운 것 아니냐 싶다.

 

 

아무 욕심없이 순박하게 살고 있는 시골 사람들에게는,청산 유수 청풍명월 등 자연 경물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개, 닭, 소 , 돼지..., 날고 기는 산 짐승들이며, 자잘한 곤충들도, 다 감정교류의 알뜰한 대상이 아님이 없다.

 

 

봄밤의 두견이, 가을밤의 귀뚜라미, 겨울밤의 부엉이 ,아침 까치, 밤 까마귀...., 심지어 두더지, 고슴도치, 여우, 사슴, 노루, 삵, 너구리, 호랑이, ....도, 이낙ㄴ으로 순화한 갖가지 전설 속에 친숙히 교감交感하는 사이 아닌 것이 없다.

 

 

6,7년 긴긴 세월 깜깜한 땅속에서

굼벵이로 천대받다 날개 신선 되었거니,

왜 하필 맵고 쓴 거랴? 이슬이나 먹으렴!

 

 

정으로 듣다 보면 매미와도 말 통하고,

정으로 보다 보면 굼벵이도 다 귀엽다.

한세상 함께 살거니 정 나누며 살고지고!

 

 

 

"시조는 정情의 온상溫床이요, 정의 광廣場이다. 우리의 가슴을 찡하게 하는 '감동'의 진원震源은 언제나 '情'에서가 아니던가? 우리는 심상한 일상의 인간관계에서, 또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에서, 또는 실화인 다큐나 신문. 잡지. TV에서, 도는 허구의 소설이나, 동화나 연극이나 영화에서..., 저도 몰래 눈시울이 찡해지는, 감동을 자주 경험하게 되거니와, 그 진원을 거슬러 찾아보면, 거기는 언제나 '정'이란 것이 작용하고 있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때로는 인간이 아닌, 한 마리의 개가, 새가, 무슨 벌레 따위가 주인공일 경우도 있다... 그 빚어낸 '정'의 파동이 원파圓波로 넓어져 우리의 심금을 울렸을 때, 우리는 같은 주파수로 공명하게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

 

 

...

 

마음다해 읽지 못했다.

왜 이렇게 정신이 없는지 모르겠다.

좀더 진중한 내가 되도록 애를 써야 하겠다.

슬픈일이다.

온통 몸과 마음이 떠다닌다.

무거워져야 하겠다.

내일은 새책을 빌리고 조용해져야 하겠다.

세상은 어지럽고 나는 그결에 흔들리고 그러나 사는것이 별 것있을것인가 한다.

옛선조들의 생각을 빌려야 하리라. 그들만 좇으면 더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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