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내 나이가 어때서/황안나

다림영 2009. 11. 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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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는 것은 산다는 것과 동의어일지 모른다"는 신광철시인의 시구가 떠오른다. "두팔의 어긋남과 두 발의 어긋남의/연속이 걷는 모습이다/불연속적이면서도 이어지는/팔과 다리에서/삶은/그리 만만치 않은 것을 느낀다/그래, 어긋남의 반복이 삶이었구나/흔들리면서/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었구나."

 

'누구의 관심도 눈길도 끌 수 없는 여자가 되어버린 나이에야 겨우 모든 그물에서 해방되는' 이런 어긋남의 반복이 삶인가. 경제적인 여건은 허락되지만 더 이상 먹고 싶은것도 , 입고 싶은 것도, 가지고 싶은 것도 없는 이런 어긋남의 연속.... 그 어긋남 속에서 흔들리며 나는 어느방향으로 흘러왔을까? 23일간의 짧다면 짧고 힘들었다면 힘들었던 시간동안 나는 어쩌면 나의 그 '한 방향'을 만나고 싶어했는지도 모르겠다. 홀로 서서 나를 마주보며 말이다.

 

종단을 마치고 돌아오니 누군가 내게 묻는다. 그런일을 또 할거냐고. 난 여전히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떠날거라고 대답했다. 그 한 방향을 만나기 위해. 그 한 방향을 한 발 한 발 만들어 가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고깃배 옆에 느긋하게 누워 있는 어부와 어느 사업가의 대화이다. 담뱃대를 물고 여유있게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어부에게 사업가가 묻는다.

"왜 고기를 안 잡는 거요?"

"오늘 잡을 만큼은 다 잡았소"

"왜 더 잡지 않소?"

"더 잡아서 뭘 하게요?"

"돈을 벌어야지요.그러면 배에 모터를 달아서 더 깊은 바다로 나가 고기를 더 많이 잡을 수 있잖소. 그렇게 되면 나일론 그물을 사서 고기를 더 많이 잡고 돈도 더 많이 벌게 되지요. 당신은 곧 배를 두척이나 거느릴 수 이게 될 거요. 아니, 선단을 거느릴 수도 있겠군. 그러면 당신은 나처럼 부자가 되는 거요"

"그런다음엔 뭘하죠?"

"그런 다음엔 느긋하게 인생을 즐기는 거지요."

"지금 내가 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오?"

"....."

 

그렇다. 나 역시 내일을 담보로 오늘을 희생하고 싶지 않다. 무엇을 하기에 '오늘'은 항상 가장 적합한 때이다. '지금'이 아니면 도대체 언제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 본단 말인가!

 

 

 

이상하게 오늘은 등에 진 배낭만큼이나 마음도 무겁다. 이렇게 무거운 마음과 무거운 배낭으로는 먼길을 걸을 수 없다. 길이란 게 뭔가 도道 아닌가. 삶의 과정 역시 도에 이르는 길이고. 그렇게 본다면 삶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많은 것들을 걸머지고 얼마나 멀리, 얼마나 오랫동안 길<道>을 갈 수 있으랴.

 

가볍게 살고 싶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짐인지 살림인지도 모를 것들은 다 정리하고, 괜한 고민들도 다 떨쳐버리고 싶다. 세이노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무슨 걱정거리가 있건 그것을 종이에 적어보라. 틀림 없이 서너 줄에 지나지 않는다. 그 몇 줄 안되는 문제에 대해 10분 안에 해답이 나오지 않으면 그것은 당신으로서는 해결 할 수 이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10분을 당신은 질질 고무줄처럼 늘려가면서 하루를 허비하고 한 달을 죽이고 일년을 망쳐 버린다.

 

사실은 해결 방안도 알고 있으면서 행동에 옮기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민은 당신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누군가를 위해 밥을 지어본 사람은 안다. 다듬고 씻고 자르고 무치고 삶고 하는 그 과정 과정에 먹을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본인 스스로 순수해진다는 것을. 그 순수를 받는 사람은 그래서 위로가 된다.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종단 길에서 얻은 것들이 많다. 잊혀졌던 추억도 떠올리게 되고, 감사했던 일에 대해서는 감사기도를 화해할 일은 더 깊이 화해하는 기도를 올릴 수 있게 되니 말이다. 

 

 

 

걷는다는 것은 혼자 앞으로 나아간다는 말이 아니다. 걷는 일이 유아독존을 확인하는데 그치는 일이라면 의미가 없다. 우리가 발걸음을 떼는 순간, 이 세계는 우리의 걷기에 동참한다. 풍경은 우리가 떠나온 곳이 궁금해 천천히 뒤로 지나가고, 달빛과 별빛은 하늘에서 내려와 우리를 따라온다. 바람은 귀밑머리를 간질여줄 것이며, 땅은 발바닥을 떠받쳐줄 것이고, 웅덩이는 웅덩이대로, 돌부리는 돌부리대로 유심히 우리의 걷기를 보살펴 줄 것이다.< 안도현>

 

 

 

하늘이 부르시는 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니 하루하루 자신에게 솔직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후회없이 살아야 할 일이다. 오늘은 언제나 내 남은 인생의 첫날이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문다.

 

 

 

세상에 매겨놓은 값에 연연해 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나이 마흔에 과감히 선택한 아들이 그런 면에선 참 대견하다. 온전히 자기로 살 수 있는 자리에 자기를 놓아두는 일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다운가.

 

 

 

 

살아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이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쏠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오규원. (살아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어쨌든 , 이제 끝낸 거다. 목표한 만큼! 그렇다. 끝낸 것이다. 그러나 또한 끝나지 않았다. 끝이 어디 있으랴ㅣ. 길 끝나는 곳에 또 길이 있는 것을....나는 이제 또다시 배낭을 꾸리리라. 피하지 않고 빈 들에 나를 세워두고 맘껏 흔들리며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다시 시작하는 거다. 그 시작은 과거라는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고 가벼운 몸으로 하고 싶다. 과거의 모든 기억을 벗어버리고 털오라기 하나 없는 가벼운 몸으로 엄마의 뱃속을 나와 새로운 삶의 여행을 시작하는 아기처럼. 또한 내일도 염려하지 않을 것이다. 내일에 대한 염려는 등에 진 배낭과 마찬가지로 발길을 무겁게 하리니.

 

 

.............................

 

 

정말 내 나이가 어때서? ..어때서?....훗!...

집을 떠나 그 자유로운 길에서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나또한 그분처럼 내게 선물을 해야 한다. 배려를 해야 한다. 현실에 큰 파장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

 

가족과  식사중에 어쩌면 나도 떠나게 될지 몰라 했더니 시어머니께서는 마음먹으면 하게 된다고 말씀하신다. 젊으니 하고 싶은 것이 있을때 주저말라고 하신다. 

열심히 마음을 먹어본다. 언젠가 나 또한 그러한 근사한 여정을 밟을 수 있으리라.

 

그분의 아름다운 삶의 여정을 들여다 보며 새삼 생의 근사함을 엿본다.

마음먹어야지. 그리고 노력해야지. 행복해야지. 건강해야지. 아름다운마음을 지녀야지. 순수한 내가 되어야지  ...

 

근사한 책이었다. 누구든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참 아름다운 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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