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시골에 사는 즐거움/유안나

다림영 2009. 11. 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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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를 안고 터벅터벅 걷는데 조기축구 다녀온 남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걸어옵니다. 며칠째 말도 잘 안하고 찬바람이 쌩쌩부는 내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가만히 어깨를 잡아 다시 밭으로 향합니다.

 

 

남은 풀을 뽑으라고 남편에게 말하고 나는 토끼풀이 융단처럼 깔린 밭가에 앉아 상추와 쑥갓을 고르고 풀 속에서 혼자 자란 참비름을 다듬습니다. 윤구병선생님의 책 제목처럼 '잡초는 없다'입니다.

 

 

밭가에깔려있는 토끼풀은 우리 아이들에게 네잎클로버를 직접 따보는 실습장이됐으며, 풀 속에서 자란 참비름을 고추장, 마늘, 참기름을 넣어 조물조물 무치면 저녁 식탁에서 반짝반짝 빛날 것입니다. 그뿐인가요? 키가 큰 강아지풀은 좁은 유리병에 담겨 거실의 낮은 탁자위에서 어릴 적친구를 놀리던 추억에 목이 간지러워 질 것입니다.

 

 

남편은 땀으로 웃옷이 다 젖어버렸고 눈이 따가운지 안경을 벗어닦고 있습ㄴ티다. 지난밤 잠도 제대로 못자는 것 같았는데 괜찮으냑  가만 가만 말을 붙여옵니다. 누군가 사과한 사람도 없고, 화를 낸 사람도 없습니다.

 

 

며칠째 배추벌레와 싸우고 있습니다. 지난번 비를 맞고 시커멓게 땅 기운을 받았는데, 무 잎사귀마다 벌레똥이 깔려 있는게 아닙니까?호미를 들고 툭툭 치면 몸을 숨기고 있던 벌레가 툭 떨어집니다. 처음엔 눈 꼭 감고 호미로 눌러 죽이다가 이제는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로 변했습니다. 애써 기른 무가 크기도 전에 침입자는 벌써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왔습니다.

 

 

그러나 나도 이대로 당할 순 없습니다. 매일매일 밭으로 산책을 나가 벌레와 한판 싸움을 하고 돌아옵니다.

 

무잎사귀를 솎아 살짝 데쳐서 된장국을 끓이면 아이들도 밥투정이 쏙 들어갑니다. 잘 익은 총각김치와 시래깃국의 만남은 환상적이라고 아이들이 엄지를 세웁니다.

 

벌써 다른 밭 무는 팔뚝만 한 굵기로 자랐는데 너무 늦게 파종을 해서인지, 남은 무는 좋은 사람들 불러 무 파티나 할거나? 미리 무 뚝뚝썰어 김치를 담그고 무청 색깔 좋게 익혀서 지난가을 수확해 남은 고구마를 삶아 낼거나?

 

 

사람들 부를 생각하니 지금부터 그것들이 예쁘기만 합니다. 탁도 많고 애를 태우는 무 옆에서 아무 탈없이 통통 살이 쪄가는 고구마가 얼마나 고마운지 보고만 있어도 뿌듯합니다. 우리 무랑 고구마랑 실컷 자고 살이 통통 찌도록 내일도 벌레와 한판 붙어볼 참입니다. 내 사랑스런 무 지킴이로 온몸을 불사르리라 다짐합니다.

 

 

해질녘 , 운동화에 잔뜩 묻은 흙을 털며 상추랑 비름나물이랑 들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나를 잡아 흔들던 파란 하늘에 떠 있는 하얀 뭉게 구름이 나비처럼 웃고 있습니다."

 

..............

 

 

순하고 착한책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농부의 모습이 아닌 것 같다.

그녀가 하루 하루 살고 있는 그대로를  표현했을 것인데

이 책 속의 글들은  마치 시같기도 하고  동화책 같기도 하다.

아름다운 그녀의 감성과 시골 생활이 어우러져 한편의 그림같이 보았다.

농부들의 힘겨운 일상은 볼수 없고 그저 감사하고 착한 일상들이다.

어쩌면 우리가 산다는 일은 그런것이겠다.

순리대로 땅이 시키는 대로 하늘이 시키는대로

그렇게 햇빛 따라 바람따라 비를 따라 움직이고 서두르고 채우고 또 비우는 일상..

언젠가 나도  그녀처럼 착한 일상을 얻게 될 수 있을까?

욕심을 거두고 시냇물처럼 그렇게 흐르게 될 아름다운 인간이 될 수 있을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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