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나는 연날리는 소년이었다./신영길

다림영 2009. 10. 1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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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본질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데 있다. 자신의 소명을 깨닫고 자신과 화해하는 것이다."/리스트비얀카

 

"나는 연날리는 소년 이었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꿈 속에서 꿈을 꾸듯 여행 속에서 또 여행을 떠나가는 이치가, 비행기가 솟아올라 하늘 너머 하늘에 다다르자 유년으로의 시간여행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내 유년의 하루는 이불 속에서 참새소리를 들으면서 시작되었다. 뒤꼍에서 댓잎이 바람에 흔들리면 참새는 신이나서 더 요란하게 지저귀었다. 댓잎 소리와 참새들 지저귀는 소리가 어우러지면 산 속 겨울의 아침 햇살이 더 없이 눈부셨다.

 

 

마루에 놓인 요강에 오줌을 싸며 눈을 반쯤만 뜬 채 밖을 내다보면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발이 푹푹 빠지도록 눈이 내린 것이다. 초가지붕도 장독대도 빨랫줄도 모두 흰색을 입었다. 우리 동네에 한 번 내린 눈은 겨울 내내 녹지 않았다. 쌓인 눈은 낮에 조금 녹았다가 밤이 되면 다시 얼고 그 위에 눈이 또다시 내렸다.

 

 

눈만 내리는 것이 아니었다. 산으로부터 짐승들과 새들도 동네로 내려왔다. 노루, 토끼 오소리, 살쾡이, 꿩과 온갖 새들이 몰려온 것이다. 밤낮없이 일만 하시던 어른들도 모두 길로 나왔다. 아이들이랑 개들도 다 튀어 나왔다.

 

 

설국이 되면 참새소리가 더욱 요란했다. 그때는 나도 눈의 나라 시민이었다. 눈처럼 하얗고 눈처럼 눈물 많았던.....

눈이 내리면 손켠은 연을 날렸다. 산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지면 더욱 높이 띄웠다. 팽팽한 연실을 곱은 손으로 움켜쥐고 실을 풀거나 당기면서 연과 이야기 했다. 연이 공중 바람을 타고 높디높게 오르면 연실이 모자랐다.

 

 

가물가물 보이지 않는 곳에 다다른 연을 이제 어찌할 것인가. 실을 감아 당겨올 것인가, 놓아줄 것인가.

소년은 연실을 잘랐다. 연을 잃은 소년은 빈들판에 서서 하늘을 보며 몸이 얼도록 서 있었다. 그날 밤 소년은 연이 되는 꿈을 꾸었다. 바이칼을 향해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나는 연실이 잘린 연을 보았다. 소년을 보았다. 나는 연이 되었다."

 

..................

 

생명은 유한하고 세상은 무한하다.

하늘로 날아간 연처럼 끝없이 바람을 타고 떠돌순 없다.

그러나

잠시잠깐 나를 놓아주면 어떤가

잊은 꿈을 떠올리며 그리움을 찾을 수 있도록.

 

 

 

길을 나서는 일에 부쩍 마음을 주는 나를 본다.

책을 빌리면 꼭 여행책자 한권을 손에 쥐는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난 내가 이렇게 변할줄 몰랐다.

지친 삶을 환기시키기위해 잠시 나섰드랬는데...

 

막연한 설레임으로 그  잔잔한 파동으로 나를 일깨우리라.

삶의열정을 잃지 말아야 하겠다.

 

세상은 다소 거칠기도 하지만 너무나 아름답다.

그곳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

자연속의 그 무엇처럼 순간순간 풋풋하게 흩날리며 오늘과 마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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