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주말엔 산촌으로 간다 나래실/이순우

다림영 2009. 9. 4. 16:40
728x90
반응형

 

 

"시골, 그것도 산촌에서는 농원생활은 야생의 자연과 접하면서 도시 생활에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던 일에 마음을 두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밤에 무섭게 울어대는 산짐승의 울음소리, 틈만 있으면 돌아다니며 흔적을 남기는 들쥐, 집 구석 한쪽에 덩그렇게 지어 놓은 벌집, 그리 극성스럽지는 않지만 심심찮게 달려드는 모기..

가끔씩 땅 위로 기어나오는 지렁이, 나뭇잎에 성충으로 커 가고 있는 징그러운 나비 애벌레 같은 작은 생명체마저도 흙과 거리를 두고 여리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질겁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농원생활을 시작하면서 신경이 쓰이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유독 마음이 쓰이는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뱀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물과 들, 산이 있고 풀슾이 있으면 더불어 당연히 있는 것이 뱀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일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일이 아닐것이다. 그것은 행복이고 사랑이며 기쁨이고 축복일 것이다. 또 일을 하면서 즐겁다는 것은 그 일의 결과뿐만 아니라 그 일 자체가 가져다주는 보람을 느끼고 있따는 뜻이 될 것이다. 밥벌이로 어떤 일을 하려고 한다면 즐겁던 일이 갑자기 싫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농원에서 자연을 몸소 땀흘려 가꾸고 사랑하는 일은 언제이고 즐겁고 행복할 것만 같다. 안에 갇히기보다는 밖으로 나와 내 육신의 움직임이 농원에 숨결을 뿌리고 있는 다른 많은 생명체와 서로 부대끼고 교감하면서 더 많은 무언 무언의 대화를 나눌 수 있어으면 싶다.

 

..

 

다행히 배달 받은 옥수수를 맛본 사람들 중에 몇몇은 옥수수가 맛있다며 추가로 주문을 해주는 이도 적지 않았고 내년에도 이런  방식으로 옥수수를 판매했으면 좋겠다는 부탁의 말을 건네는 이도 있었다. 단 한 번의 시도였지만 노력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고 극히 재래적인 방법일지는 모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선진적인 거래 방식의 가능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

나래실 아침농원의 주말 파트타임 농부가 된 지 오개월여. 그간 거의 한주도 빼지 않고 토요일이면 농원에 내려가 농원 일이라는 것을 해왔다. 올해 여름휴가도 전부 농원에서 보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이처럼 외곬으로 한 곳을 향했던 적이 있었던가. 나래실 농원은 이제 내 생활, 더 나아가서 우리 가족의 일상에 아주 중요한 일부가 되어 버렸다. 이제 싫증을 낼 만한 시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주위의 이야기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나래실아침 농원으로 향하고 농원을 떠나 있는 주중에도 주말에농원에서 할 일을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낟. 그리고 그 시간은 농원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지금 농원은 조용히 잠들어 있는 자연과 함께 고요히 겨울을 맞고 있다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그칠듯이 이어져 흐르고 있는 작은 도랑물 소리와 이따금씩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산바람 소리 뿐이다. 이적막한 한겨울의 농원에 무슨 할 일이 있을까. 농원에 대한 외곬의 내 정열을 웬만큼 이해해 주고 있는 아내마저도 한 겨울의 농원행에 대해서는 적잖이 회의적이다.

나는 왜 한겨울에도 이농원을 좋아하고 오늘도 여기에 와 있는가. 아마도 이것은 누구의 질문에 답을 주기 이전에 먼저 나 스스로에게 답을 주어야만 하는 물음인 것이다. "

 

-----------

 

수구-초심
 - 

"여우가 죽을 때에 머리를 자기가 살던 쪽으로 둔다는 뜻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르는 . "

수구초심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어쩌면 이러한 것에 부쩍 관심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늙어가는 것이 분명하다.

부쩍 귀농이라든가 시골생활에 대한 책자를 들여다 보고 있다. 전에는 생각지도 않던 일이었다.

이렇게 흘러올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오기도 하고 이른아침부터 밤늦은시각까지 일에 매달리기도 하고 문화적인 어떠한 꿈은 생각지도 못한다.  그러나  그들의 공통점은 일을 즐긴다는 것이고 땀을 흘린만큼 평화로운 마음으로 하루가 출렁인다는 것이다.

갖가지 이유로 귀농을 선택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귀결은 그렇게 하나로 모아진다.

두려움과 설레임속에서 시작하는 귀농,  모든 것을 다 지닐 수는 없지만 흙을 밟으며 사는 일처럼 인간적인 일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지속적인 관심으로 나는 아마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볼 것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