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빌린 책 한권의 행방이 묘연했다.
휴일오전에 가져다 주어야 하는데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하는수 없이 오래전에 읽었던 무정을 빼어들게 되었다.
십대에 이십대에 그리고 삼십대에..
그렇게 세월을 따라 읽어 내려오던 무정
형식, 영채, 선형....
뇌리에 박혀있던 이름들이다.
그 마지막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 어둡고 세상이 평생 어두울 것도 아니요, 무정하던 세상이 평생 무정할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힘으로 밝게 하고, 유정하게 하고, 즐겁게 하고, 가멸게 하고, 굳세게 할 것이로다."
영채는 어릴때의 정혼약속으로 기생의 길로 들어섰지만 한사람과의 그 약속때문에 정절을 지키다가 수모를 당한후 자살행을 결심한다. 그러나 운명은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병욱과의 만남으로 제 2의 인생의 길로 들어선다.
소설처럼 현실의 인생 또한 그렇다.
예기치 않은 곳에서 예기치 않은 어떤 만남으로 전혀 다른 길로 들어서게 되기도 할 것이다.그것은 운명이다. 운명은 나 스스로 이끌고 가는 것이지만 살다보면 한사람의 각별한 만남 속에서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형식을 생각해 본다. 그도 그의 개인적인 입장에 서보면 당연한 행로일지 모른다.
영채와의 진정한 사랑을 한 것은 사실 아니다. 다만 은혜를 받은 일 때문에 자신의 처지와 맞지 않는 기생과 회로를 할 수는 없는 일이기도 하겠다.
그러나 그가 조금 더 된 사람이라면 영채가 자살을 했다고 하면 시신이라도 찾아보는 행동은 해야 하는 것이고 그녀가 죽었다고 해서 얼마간의 시간흐름도 없이 선형과의 선뜻 결혼약속을 한다는 것은
인간의 이기심의 한계가 보이는 대목이다. 차라리 잘된일이다 했으니...
운명은 언제 어느때 우연으로 인한 필연적인 사람을 만나게 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들의 우연한 만남은 형식에게 참회의 눈물을 흘리게 하고 자칫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특별한 수해의 상황에 맞딱드리며 그들의 마음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한마음이 되고
운명의 실타래는 술술 풀려간다.
모든 것은 순정한 흐름에 따라 물처럼 흘러가기 마련이다. 세월은 흐르고 저마다의 분야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아름답게 늙어가자. 마흔을 훌쩍 뛰어 넘고 이젠 지천명의 쉰을 바라보고 있다. 훗날 언제 어디서든 내 추억의 숲속에 잠시 쉬며 서로를 주고 받으며 사랑하고 우정을 나누었던 모든 아름다운 이들과의 눈부신 재회를 꿈꾸어본다. 그들 또한 유순한 미래의 얼굴을 위하여 뜨거운 8월의 여름 햇살 속에 지혜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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