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온전히 마음에 달려 있어요. 난 행복이란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나는 책으로 교육을 받았다. 그웬 아줌마는10시나 11시까지 책을 읽어주었고, 우린 다음날 아침 8시에 학교에 가야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아줌마는 스콧과 디킨스, 윌키 콜린스, 코난 도일의 작품 전부를 읽어주었다. 난 일곱살때부터 <허클베리핀>과 <이상한 낯선 사나이>와 친했다.
수선화는 낙천적인 꽃이고 잘못될 리 없는 꽃이기도하다. 세익스피어는 '제비가 엄두를 내기 전에는 오는 수선화, 3월 바람을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이네'라고 읊었다. 수선화 구근을 땅에 던지면 떨어진 곳에서 꽃을 피운다고들 한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수선화 파종기는 써본적도 없다. 정말 어처구닝 벗는 짓이다! 정원용품 카탈로그에 보면 파종기가 나온다. 그걸 사용하면 한 번에 작은 구멍 하나가 파인다. 하지만 나는 큼직한 삽으로 커다란 구덩이들을 파고 수선화 구근을 심는다. 큰 구멍 몇 개를 파놓고 각각 꽤 많은 구근을 한꺼번에 심어 넣는다. 그래서 수선화가 꽃을 피우면 특별한 풍경을 연출하는 것이다.
어릴때 봄을 맞이하는 큰 행사는 처음으로 따뜻해진 날 7,8칼로미터쯤 떨어진 시골 가게까지 걸어가서 각자 5센트어치씩 초콜릿을 사는 일이었다. 장화와 발목을 덮는 긴 내복을 벗어던지면, 페르세우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 신의 아들>처럼 날개 달린 발을 가진 요정들이 된 기분이었다.
헛간이나 집에서 일할 때면 종종 인생을 살면서 저지른 온갖 실수들이 떠오른다. 그러면 얼른 그런 생각을 뒤로 밀어내고 수련을 떠올린다. 수련은 항상 불쾌한 생각들을 지워준다. 새끼거위들도 수련처럼 마음에 위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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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거위들을 상자에 넣어 부엌 난로 옆에서 키워본 적이 있는지? 기분이 좋을 때 내는 이상한 휘파람 소리 같은 지저귐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그 새된 지저귐은 참 듣기 좋다. 아, 정말이지 평온한 소리인 것을.
6월이면 짬날 때마다 정원을 가꾼다. 그렇게 만족스러울 수가 없다. 내 정원 이야기가 나오면 겸손할 수가 없다. 정신나간 사람처럼 뽐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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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원에 대해서는 심각할 정도로 과시형에 속한다. 내 정원은 지상 낙원이니까!
여름
"요즘 은 사람들이 너무 정신없이 살아요. 카모마일 차를 마시고 저녁에 현관 앞에 앉아 개똥지빠귀의 고운 노래를 듣는다면 한결 인생을 즐기게 될 텐데"
난 지불해야 될 돈을 안내고 넘어가는 일을 하겠다고 말하면, 반드시 해야된다.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뜩찮은 모임에서 빠져 나올 때는 약간 과장해서 말할 수도 잇다. 모임이 지루해질 때는 염소가 가장 유용한 구실이다. 집에 가서 젖을 짜야 한다고 말하면 그만이니까. '번버리'랑 비슷하다. '번버리'를 핑계 삼아본 적이 없는지? 가공의 친구를 만들어 놓고, 자리를 빠져 나오고 싶으면 그가 아파서 가봐야 된다고 둘러댄 적이 없는지.
우리는 어릴 때부터 위선자가 되도록 훈련을 받는다. '하얀 거짓말'을 해서 의견이 다른 상대의 감정을 다치게 하지 말라고 배운다.
난 고독을 만끽한다. 이기적일지 모르지만, 그게 뭐 어때서, 오스카와일드<아일랜드 출신의 문필가>의 말마따나 인생이란 워낙 중요한 것이니 심각하게 맘에 담아둘 필요가 없다. 자녀가 넓은 세상을 찾아 집을 떠나고 싶어할 때 낙담하는 어머니들을 보면 딱하다. 상실감이 느껴지긴 하겠지만,
어떤 신나는 일들이 있는지 둘러보기를. 인생은 보람을 느낄 일을 다 할 수 없을 만큼 짧다. 그러니 홀로 지내는 것마저도 얼마나 큰 특권인가. ..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해마다 별이 한 번만 뜬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생각이 나는지. 세상은 얼마나 근사한가!
인생은 짓눌릴 게 아니라 즐겨야 한다. 프라지오반니가 한 멋진 말을 아는지? 먼 곳에 사는 늙은 수도사였던 그는 성직 수여권자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구절을 적었다.
'세상의 우울함은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뒤, 우리의 손이 닿는 곳에 기쁨이 있습니다. 기쁨을 누리십시오'
여름이 끝날 무렵이면 늘 겁이났다. 국화가 피면 다시 학교에 다녀야 된다는 뜻이었다. 학교는 질색이었다! 하지만 남서풍이 향기가 실려오고, 귀뚜라미 울음이 느려지기 시작하면서 밤하늘의 별자리가 바뀌는 이맘 때는 늘 아름다웠다. 봄에 태어난 병아리와 오리 새끼들이 통통하게 자랐고, 거위들은 사과나무 아래 모여 빨갛게 익은 첫 사과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가을
"애프터눈 티를 즐기려고 떼어둔 시간보다 즐거운 때는 없지요"
가을에 정원에서 일하면 얼마나 상쾌한지. 서리 맞은 고사리와 조록나무의 싱그러운 냄새가 풍기고, 성기신 날벌레도 없다. 이때 많은 양의 구근을 심어야 한다. 나리까지 넣으면 이번 가을에는 2천개쯤 심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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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날 정원에서 일을 하다가 첫 캐나다 기러기가 날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그소리를 듣자 마치 원시시대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맑은 날, 편지함 옆의 흰 자작나무위로 흰 기러기떼가 날아가는 광경은 숨 막힐 만치 아름답다.
다들 내 집이 어둡다지만,사람들은 옛날 집들이 얼마나 어두웠는지를 모른다. 난 집이 어두운 게 마음에 든다. 예쁜 다람쥐의 둥지 같거든.
사람들은 날 장밋빛으로 본다. 보통 사람으로 봐주지 않는다. 내 본모습을 못보는 것이다.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우리는 달과 같아서. 누구나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는 어두운 면이 지니는 것을 .
나는 요즘도 골동품 식기를 생활에서 사용한다. 상자에 넣어두고 못보느니, 쓰다가 깨지는 편이 나으니까. 내가 1830년 대 드레스를 입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의상 수집가들이 보면 하얗게 질릴 일이다. 하지만 왜 멋진 걸 갖고 있으면서 즐기지 않는담? 인생은 짧으니 오롯이 즐겨야 한다.
나는 다림질 , 세탁, 설거지, 요리 같은 집안일을 하는게 좋다. 직업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늘 가정주부라고 적는다. 찬탄할 만한 직업인데 왜들 유감으로 여기는 지 모르겠다. 가정주부라서 무식한 게 아닌데. 잼을 저으면서도 세익스피어를 읽을 수 있는 것을.
영국에는 이런 옛말이 있다.
'과일도 없고 꽃도 없고 나뭇잎도 없고 새도 없는 11월 ' 밭과 정원일에 쫒기지 않아도 되는 때다. 실내에서 가정과 난로를 즐기는 계절. 내 친구들은 11월이면 뜨개질과 퀼트를 하느라 야단이다. 난로가와 한 잔의 차를 만끽하는 때이기도 하다. 헨리 제임스의 <여인의 초상>에 나오는 구절이 떠오른다.'애프터눈 티를 즐기려고 떼어둔 시간보다 즐거운 때는 없다'
겨울
"바랄 나위없이 삶이 만족스러워요. 개들, 염소들, 새들과 여기 사는 것 말고는 바라는 게 없답니다."
나는 눈을 치우지 않느다. 그건 시간 낭비다. 그냥 눈 속을 걸어다니며 길을 낸다. 진짜 많이 내릴 때를 대비해서 뒷문 옆에 눈신으 눈에 박아두지만, 눈신을 신으면 개들이 뒤를 쫄쫄 따라다니면서 눈신의 뒷부분을 밟아주어 아주 성가시다.
물레질, 뜨개질, 직조를 하노라면 마음이 푸근해진다.자급자족하고 싶고, 내가 쓰는 물건을 어떻게 만드는지 익히고 싶다. 웹스터에서는 양모도 직접 만드느라, 암양여섯 마리와 멋들어진 숫양 한 마리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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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렸을 때 눈이 펑펑 내리면, 우린 명절 처럼 좋아했다. 돌려서 거는 전화기가 있어서, 학교가 휴교한다는 연락이 오곤 했다. 이렇게 잘 될 수가! 정말 축제를 벌였다. 하지만 휴교하지 않아도 우린 늘 학교에 안 갈 구실을 만들어냈다 . 특히 스케이트 를 타는 계절이 오면 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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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에게 인형들은 아주 현실같았다. 나들이를 갈 때도 데려갔고, 아이들은 인형들에게 '참새우편' 편으로 편지를 보냈다. 답장도 받았다. 물론 내가 쓴 답장이었지만, 산타클로스와 비슷한걸 뭐, 인형들이 사는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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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잉글랜드 지방의 오래된 마을의 농가들처럼 우리집도 헛간이 본채에 붙어 있다. 수북이 쌓인 눈을 헤치고 멀리 갈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그런데 보험사는 마뜩찮아 한다. 화재 피해가 더 크다고 보험료를 더 내라지만, 순전히 도둑들이다. 눈이 올때 장화를 신지 않고도 헛간에 가서 염소젖을 짜고, 일을마칠 무렵 '얼른 집에 가서 흔들의자에 앉아 무릎에 코기를 앉히고 따끈한 차를 마셔야지' 란 생각을 할 때의 흐믓한 마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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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나는 헛간 냄새와 염소와 닭과 비둘기들이 돌아다니는 소리가 참 좋다. 아침마다 녀석들은 유쾌하게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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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건초를 던질 때면 한여름의 헛간 냄새가 풍긴다. 창문과 판자벽의 틈 사이오 해가 들어, 뿌연 공기 중에 빛줄기를 만든다. 하지만 나느 겨울에 여름을 아쉬워 하지 않느다. 세익스피어가 잘 말했다.' 5월의 새로운 환희속에서 눈을 그리지 않듯, 크리스마스에 장미를 갈망하지 않는다네.' 바로 그렇다. 모든 것에 제철이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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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람들에게 해줄 이야기는 없다. 철학이 있다면 헨리데이빗 소로우의 말에 잘 표현되어 있다.
'자신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속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그게 내 신조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내 삶 전체가 바로 그런것을 .
타샤튜더
1915년 보스턴에서 조선기사 아버지와 화가 어머니 사이에 출생
타샤의 집은 마크드웨인.소로우. 아인슈타인. 에머슨 등 걸출한 인물들이 출입하는 명문가였음
9세부모의 이혼, 아버지 친구집에서 살기 시작함. 그 집의 자유로운 가풍으로 큰 영향을 받음
15세학교를 그만두고 혼자서 살기 시작함.
23세 첫 그림책 <Pumpkin Moonshine>출간. 결혼.
30세 뉴햄프셩의 시골로 이사. 2남 2녀를 키움.
42세<1is one>으로 한해 동안 출판된 가장 훌륭한 어린이 그림책에 수여하는 '칼데콧 상' 수상
56세 더욱 시골인 버몬트 주의 산골에 18세기 풍의 농가를 짓고 생활하기 시작함. 우수한 어린이 책을 제작. 보급하는데 공헌하는 데 주는 리자이너 메달 수여받음
83세. 타샤튜더의 모든 것이 사전 형식으로 정리된 560쪽에 달하는 <Tasha Tudor:The Direction of her Dreams> <타샤의 완전문헌목록>가 헤이어 부부에 의해 출간됨
90세 일본 NHK스페셜<기쁨은 만들어가는 것"타샤의 정원의 사계>방영
91세 미국<노먼 록웰 뮤지엄>등에서 전시회 <타샤튜더의 영혼>개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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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 나는 갖혀있었다.아주 오랜동안 .
어느날 불현듯 어떤 각별한 것들이 굳게 닫혀있는 나의 문을 두드렸다.
나는 고개를 내밀고 한참을 내다보았다. 몸은 문 안에 밀어 넣어둔채...
나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것일까
여러개의 흰 깃발을 꽂아놓아본다.
안개처럼 희미하고 길이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것들, 낯선 것들이 별처럼 반짝이며 나를 부른다.
너무 늦어서 아이처럼 두리번거리고 있다.
책장을 뒤적이고 또 뒤적인다.
하루의 창을 여는 것이 설레임이다.
분명한 것은 예전처럼 남의 것인듯 내것이 아닌듯
바라만 보고 있지 않는다는것이다.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향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보다 더 먼 마음의 거리였음을 깨닫는다.
그냥 그런듯이 살기엔 세상은 넓고 아름답다.
지나치며 그냥 가버리기엔 굉장히 소중한 것들일지 모른다.
이제까지 걸어왔던 길에서 눈을 돌리는 데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제도 늦지 않았다고 체면을 건다.
멀리 있는 것들에게 그리운 것들에게 눈부신 것들에게 마음을 선뜻 내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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