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문을 열고 집을 나서니 풋풋한 바람이 훅 하고 밀려든다.
그 각별한 기운에 역까지 걷기로 했다.
어느만큼 걷다보니 더운기가 나를 감싸고 이마엔 땀이 솟는다.
계절은 속일 수가 없나보다. 입춘을 넘기니 봄은 어느사이 우리곁에 다가와 있다.
사람들의 표정은 밝아보이고 거리는 활기가 넘치는듯 하다.
마음먹기 나름이리라.
봄이라 여기니 모든것이 환한모습이다.
안양여고앞을 지날때였다.
"변화를 두려워 하지 말라"
학교창문 몇개를 덮은 길고 넓은 플랜카드가 내시선을 붙들었다.
나는 서너번 그글을 되뇌였다.
그 글귀는 변화의 시점에 있는 아이들에게 커다란 지침이 되어줄것이다.
봄길을 걷는 아침,변화를 두려워 말라는 글귀는 지친 어깨를 두드리며 나를 인도한다.
바람에 실린듯 걸음이 가벼워 진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내아들들은 변화를 두려워 하고 있다.
큰놈,둘째,막내까지 집을 나서며 한 걱정을 한다.
아이를 끌어안고 토닥인후 거친세상의 바다로 떠다민다.
두려움으로 콩닥거리는 심장의 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 하다.
한걸음 한걸음 계단을 내딛는 발자욱소리,어린삶의 무게가 실려있다.
피그말리온 효과를 떠올린다. 눈을 질끈 감으며 내 아들들을 믿는다.
주춤거리리라. 따스한 집을 몇번씩 돌아보리라.
변화의 물결에 몸을 싣고 앞으로 나아가리라.
때로 파도에 밀리리라. 때로 힘 겨운 노를 저어야 하리라.
나도 그맘때엔 무척이나 움츠렸다.갓태어난 병아리처럼 바들떨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변화에, 몸을 숨기고 뒷걸음질을 치고
고개를 간신히 내밀며 두려워했다.
그 망할놈의 두려움은 아직까지도 죽지도 않고 버티고 있다.
비좁은 가슴속에서 바짝 엎드리고 날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다.
이른아침 아이의 두려움이 깃든 눈망울이 긴시간 지워지지 않는다.
집을 나서는 남편등짝에 붙어있던 두려움이 서녘해가 기울도록 어른거린다.
하느님은 일일이 가정을 돌볼수 없어 내려 보냈다는 한 가정의 천사가 있다.
그이름, 어머니.....
어머니인 나는 그 어떠한 태풍에도 흔들려서는 안된다.
거친바다 길을 안내하는 등대인 것이다.
가슴연못속에 살고 있는 두려움에 투망을 힘껏 던진다.
잡을것이다. 잡힐 것이다. 잡아야 하리라.
"변화를 두려워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