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식으로 옥신각신하다가 한 주일이 더 지났습니다.
드디어 한스의 운수가 항복을 했습니다.
"이봐 한스, 이 지저분한 찌꺼기 속에서 꺼내 주면 너한테 천타레<독일의 옛날 은전>을 주겠다."
"천만에"
한스가 그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은전은 눈 녹듯 곧 없어진다고, 그런 건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단 말이야."
"끄럼 이천 타레 줄게"
"천만에!"
한스가 또 코웃음으로 대했습니다.
"이천타레는 천 타레의 갑절밖에 되지 않잖아"
"그럼 내가 뭘 줘야 나를 여기서 꺼내 주겠니?"
운수가 물었습니다.
"이렇게 하자고!"
한스가 제의를 했습니다.
"저기 내 쟁기가 있어, 내가 저 쟁기로 밭을 한 이랑 갈 때마다 쟁기 끝에 금전 한 닢이 튀어나오도록 해 준다면 너를 꺼내주겠어. 그걸 못한다면 너는 영영 그 속에서 나오지 못할 테니 그리 알아!"
"좋아!약속대로 하지!"
한스가 주머니 끈을 풀어주자 운수는 날쌔게 튀어나오더니 한스의 호주머니 안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한스는 그 뒤로는 한번도 운수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지만, 한스의 운수는 한스가 죽을 때까지 내낸 한스를 따라다녔답니다. 그건 확실해요.
"핫하하!"
운수는 웃었습니다.
"한스, 너는 아주 서툰 흥정을 했어"
"무슨 헛소리야"
한스도 웃었습니다.
"나는 대만족이란 말이다."
한스 헤클만은 곧 자기 운을 시험해 보았습니다. 바람처럼 이웃집으로 달려가더니 늙은 말 한 마리를 빌렸습니다. 그리고 그 말에다 쟁기를 매달고는 밭을 갈기 시작했습니다. 밭을 한 이랑 갈자 땅 속에서 금전 한 닢이 튀어나왔습니다. 정말 거짓말 같았어요. 한스는 그 금전을 주워서 손에 들고 언제까지나 뚫어지도록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고만 있을 때가 아닙니다. 또 한 이랑 갈았습니다.또 금전 한 닢이 나왔습니다. 한스는 그 돈도 주워서 호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이랑 갈았습니다. 계속해서 갈았습니다.
한스는 그날 온종일 밭을 갈고는 금전을 주워서 호주머니에 담았으므로, 저녁 때가 되자 호주머니란 호주머니는 다 금전으로 불룩하게 채우졌습니다. 어둑어둑해져서 쟁기나 밭이랑도 잘 분간 할 수 없게 되자 한스는 할 수 없이 말을 이웃집으로 돌려주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한스를 두고 살짝 돌았다고 쑥덕대기 시작했습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그리고 봄, 여름, 가을 없이 항상 밭을 갈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한스가 밭갈이를 하지 않는 대는 아주 아주 추운 겨울날과 한밤중뿐이었습니다.
한스네 집 마구간은 씩씩하고 튼튼한 여러 마리의 말로 채어졌습니다. 한스는 그 말이 쓰러지도록 마냥 밭에서 부렸습니다.
"아, 한스는 정말 돌았군"
마을 사람들은 모두 놀라기도 하고 측은해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그러한 말을 귀담아 들을 때마다, 한스는 그야말로 정신 나간소리도 한다 싶어서 신이 나 중얼 대곤 하였습니다.
'내 운수가 이렇게 좋은 것도 모르고..."
그러나 그때 한스의 그 고약한 운수는 한스의 호주머니 속에서 금전과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답니다. 운수와 흥정을 끝낸 그날부터 한스는 잠시도 쉬어 보질 못했기 때문이지요.
먼동이 트자마자 한스는 일어났고 날이 아주 깜깜해져야만 비로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저녁 식사를 마치면 난롯가에 앉아 어떻게 하면 좀더 빨리 밭을 갈 수 있을까 하는 일만 궁리하며 지냈습니다. 날이 갈 수록 한스는 지쳐서 야위어 갔습니다.
지하실에 있는 일곱개의 궤짝엔 금전이 가득가득 채워져 있었지만 한스는 아무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그래서 한스가 얼마나 엄청난 부자인지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모두들 한스가 미친 짓을 하면서도 굶어죽지 않는게 신기하다고 귓속말을 주고 받기까지 했습니다.
어느날, 여느 사람들처럼 한스도 죽었습니다. 그러자 한스의 아이들은 지하실에서 돈 궤짝을 발견하여 그 돈으로 땅도 사고 지위도 샀습니다.
이것을 두고 과연 좋은 운수라 할 수 있을까요? 이야기의 핵심은 바로 다음과 같답니다.
'인간은 양배추를 사듯이 행복을 살 수는 없다. 정말 좋은 운수란 행복하게 지내는 운수를 말한다.'
'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하사탕 시놉시스 (0) | 2009.07.02 |
---|---|
꽃신./김용익 (0) | 2009.06.19 |
한스 헤클만의 운수/미국-파일지음 (0) | 2009.06.18 |
메밀이 번개 맞은 까닭/안데르센 (0) | 2009.05.27 |
꼬마 구스따보의 비밀 일기 중에서/또노<스페인의 국민작가> (0) | 2009.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