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이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찍어주신 사진입니다. .
우리선생님은 소설가이셨고 국어선생님이었습니다.
우리반은 이때 무엇이든 꼴등을 했습니다.
등록금도 공부도..
선생님은 그런 분이셨습니다.
이때 우리의 국어 숙제는 주로 '소설쓰기'.. 같은 것이었습니다.
나는 이때까지 철이 들지 못했습니다.
숙제는 무슨일이 있어도 해가곤 했는데 누군가 보여달라치면 절대로
보여주지 않았고 참고서도 빌려주지 않았습니다.
책도 많이 읽지 않았고 공부만 죽을듯이 하였습니다.
그러나 노력한만큼의 성적을 거두진 못했습니다.
새침떼기였고 욕심이 참 많았고 깍정이였습니다.
이때 나를 알던 친구는 아마도 그러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나봅니다.
세월이 한참 흐른후 웃으며 나에게 마음을 활짝 열어주며
참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세월이란 참 이상한 것입니다.
아니, 그때는 성장의 계단을 오르고 있었던 것이지요.
어떤 일이 내게로 다가와 나의 잠자던 부분을 일깨워 줄지 모르는 것일테니 말입니다.
아카시아 꽃이 학교 산허리를 덮고 그 향기가 교실문을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오던 무렵
'부타페스트의 소녀' 란 시를 큰 소리로 읽어주며
창밖으로 가끔 시선을 던지던 선생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선생님의 반쯤 누워버린 날렵한 흰 글씨가 보이는듯합니다.
흑 칠판 속에서 바다로 날아갈 듯 한 '부다페스트의 소녀'....
6월이면 떠오르던 풍경이었습니다.
아직도 그때의 선생님과 이따금 안부를 주고 받습니다.
生에 대한 이야기를 편지로 전해 들으며 세상을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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