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루쉰산문집

다림영 2009. 5. 2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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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와 꼴찌

<한비자韓非子>에 경마의 묘법은 "선두를 다투지 않으며 꼴찌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不爲最善,不恥最後>"라고 하였다.

우리 같은 문외한이 보더라도 퍽 일리가 있어 보인다. 처음부터 죽어라 달리면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말의 첫구절, 선두를 다투지 않는다는 말은 경마에만 적용되는 것인데도 중국인들은 불행스럽게 처세의 금언으로 받들고 있다.

 

중국인들은 싸움에 앞장서지 않으려 하고, 재난을 먼저 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복조차도 먼저 받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 개혁하기가 쉽지 않다. 모두가 선구자나 기수가 되길 꺼려한다. 하지만 인간이 본성이라는 것이 도가에서 말하듯 그렇게 초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히려 욕망의 덩어리이다.

 

이러한 욕망을 차마 정면으로 드러낼 수 없기에 인간은 온갖 음모와 술수를 동원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날로 비겁해진다. 선두를 다투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꼴찌를 부끄러워하지 않을 용기도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가도 조금 위험한 기미가 보일라치면, 새처럼 짐승처럼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몇 사람이 위험에 맞서 물러서지 않으려 버티다가 혹시 이들이 해라도 입게 되면, 대중의 여론은 이구동성으로 이들을 바보 취급한다. 일단 시작한 일을 끝까지 매달리는 사람에 대해서도 이런 취급은 마찬가지이다.

 

나는 어쩌다 학교 운동회에 가보곤 한다. 운동회에서 하는 경쟁이란, 증오심으로 가득한 적대국간의 전쟁과는 다른데도 경쟁이라는 것 때문에 서로 욕을 하거나 싸운다. 하지만 이런일은 일단 접어두자. 달리기를 할 때 대개 가장 빠른 서너명이 결승에 이르면 나머지 사람들은 이내 맥이 풀려버린다.

 

 

몇몇은 예정된 코스를 다 돌 용기조차 잃어버리고는 도중에 관중석으로 들어가 버리기도 한다.ㅇ ㅓ떤 사람은 일부러 넘어져 의료진 들것에 실려 나가기도 한다. 뒤떨어져 있는데도 힘을 다하여 뛰는 사람이 있을 경우 사람들은 그를 비웃는다. 참으로 어리석게 "꼴찌를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서 실패한 영웅이 적으며, 끈질긴 반항이 적다. 용감하게 단신으로 격전을 치르는 무인武人이 적으며, 반역자를 추도하는 조객이 적다. 승리의 조짐이 보이면 와! 하고 몰려들고, 실패의 조짐이 보이면 뿔뿔이 흩어져 도망간다. 그래서 무기가 우리보다 나은 유럽과 아메리카 사람들, 무기가 우리보다 꼭 낫다고 할 수 없는 흉노.몽고.만주사람들이 무인지경無人之境을 들어오듯 쳐들어 온 것이다.

 

 

"흙이 무너지고 기와가 깨지는 듯하다"라는 말은 이런 상태를 비유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자기 인식이다.

꼴찌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은 많은 민족은 어떤 일에서든 흙이 무너지고 기와가 깨지듯 그렇게 일시에 무너지지는 않는다. 나는 운동회를 보러 갈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우승자는 당연히 존경할 만하다. 그러나 뒤떨어졌으되 기어이 결승점까지 달려가는 주자와 그런주자를 비웃지 않고 진지하게 보는 관객, 그들이야말로 중국 미래의 대들보이리라.

 

 

 

 

"선두를 다투지 않으며 꼴찌를 부끄러워 하지 않는 것이다"...

재산 모으기에 정신을 잃지 않고 선비정신으로 살아가리라 ...그러나 주어진 일에 최선은 다 하리라 한다 나는.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얘기일까마는 이 글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친구들 모임에 한 재력가 친구가 이런말을 했다고 한다. "앞으로 돈을 더 벌려면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 ". ..꽤 부자임에도 돈벌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어떠한 선두그룹에 들기위해서...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 무엇을 하려고 그러는 것일까 싶기도 하다.

그친구가 돈을 쓰는 모습을 보고 나는 부끄러워 고개가 들리지 않았다.

써야 할때 과감히 쓰고 베풀줄 안다면  참으로 멋진 인생일 터인데 제 재산 불리기에만 선두를 향하여

달리는 모습은 도무지 부럽지 않다.

가진것 부족하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최선의 모습으로 땀을 흘리고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따뜻하게 하는 生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꽃없는 장미

1.

역시 쇼펜하우어 선생의 말이다.

"가시없는 장미는 없다. 그러나 장미 없는 가시는 많다."

제목을 조금 바꾸니 한결 보기가 좋다.

'꽃없는 장미'라고 한 것도 아름다운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

 

..나는 가시없는 장미인가 ..장미없는 가시인가

꽃없는 장미...꽃없는 장미... 꽃없는 장미..나는 딸을 낳으면 '장미'라 이름 하고 싶었다.

..가시도 있고 장미도 있는 날카로운 꽃 ... 장미..

비가 오니 술에 취한듯 주적거린다.

 

 

철의 방에서 외치다.

나도 젊었을 때는 꿈이 많았다. 후에 대부분은 잊어버렸지만, 그렇다고 그걸 안타깝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추억이란, 사람을 즐겁게도 하지만, 때로는 쓸쓸하게도 한다. 마음속 실 한올을 지나가버린 쓸쓸한 시간에 매어둔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는 오히려 그것들을 완전히 잊어버리지 못한 데서 고통을 느낀다. 그런 완전히 잊혀지지 않은 일부로 인해 여기 <외침>이란 소설집을 엮었다.

 

...

쓸쓸한 시간에 매이지 않기로 했다. 나는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이다. 무엇이라도 엮어야 할 것이다.

오늘도 그 높은 곳을 향하여 ..

 

나는 그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으나 이제서야 만난다. 그의 책 제목이 왜그렇게 마음에 내려앉는지 ..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정말 근사하다. 오늘은 비가 종일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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