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나무꾼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 그 중 을이라는 나무꾼은 매우 민첩하여 마치 원숭이와 같이 나무를 잘 탔는데 , 나무를 베는 솜씨도 역시 훌륭하여 그가 한 나뭇짐은 늘 많았다. 그러나 갑이라는 나무꾼은 겁이 많아 나무에 잘 못올라갔다. 그래서 겨우 마른 건초들이나 조금 베어와 그의 나뭇짐은 늘 부실 하였다. 을이 갑에게 충고 하였다.
"자네는 땔나무하는 방법을 모르는가? 좋은 땔나무는 평지에서 구할 수 없는 법일세. 나도 처음에는 온종일 노력하였으나 한 아름도 구하지 못하였다네. 힘은 많이 들어도 결과는 시원찮았지. 그래서 나는 나무에 오르는 기술을 익히기로 결심하고 처음으로 나무에 올라갔더니, 몸은 떨리고 발에서는 땀이 날 뿐 아니라 나무 아래를 내려다 보면 마치 무엇이 밑에서 나를 잡아당기는 듯이 땅으로 떨어지려고 하더군. 그러다가 점점 마음이 진정되어 한달쯤 지나니까 높은 데 올라가도 평지를 밟는 것처럼 두려움이 없어졌네.
이렇게 나무를 베다보니,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나무를 더많이 구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네. 그리고 그냥 평범한 데 안주하는 사람은 남보다 갑절이나 되는 공을 이룰 수 없다는 것도 알았네."
갑은 이 말을 듣지 오히려 웃으며 말하였다.
"내가 땅에 있을 때에 자네가 나무에 올라가 있으면 그 높이가 그저 한 길이나 열 자쯤 되지만 내가 볼때에는 높이 올라간 사람이 왜 낮게 내려올 줄을 모르는가 하고 의아해하며, 또 자네는 왜 저삶은 높이 올라올수 없는가 할 것일세. 낮고 높은 것은 사실 나나 자네가 정한 것이 아니라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익을 한꺼번에 많이 얻으려고 하면 화근이 깊어지고, 결과를 빨리 보려고 하면 도리어 실패가 빠르다는 사실일세. 그러니 나는 자네를 따르지 않겠네."
그러자 을은 할 말을 잊어 버렸다. 그로부터 한 달쯤 뒤에 을이 절벽위에 있는 높은 나무에 올라가 나무를 찍다가 떨어져서 까무러쳤다. 그리하여 그의 아버지가 그를 업고 집으로 돌아와서 오줌을 받아 그의 입에 부었더니 한참 뒤에 숨이 처져 나오고 두어달이 지난 뒤에 비로소 물을 목구멍으로 넘겼으나, 양다리는 부러지고 두 눈은 멀어서 마치 산 송장같이 되었다.
그러자 그는 아버지에게 갑에게 가서 갑이 전에 들려주었던 높고 낮은 데 대한 설명을 다시 들려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리하여 을의 아버지가 갑을 찾아와서 을의 부탁을 전하자 그 말을 들은 갑이 찬찬히 이야기 했다.
"아래와 위는 정해진 위치가 없고, 높고 낮은 것은 정해진 명칭이 없습니다. 아래가 있으면 반드시 위가 있는 법인데, 낮은 곳이 없다면 어찌 높은 곳이 있겠습니까? 누구나 아래에서부터 올라가는 법이지만 높은 데 올라가면 스스로 낮다고 생각한답니다.
결국 높다는 것은 낮은 것이 쌓여서 된 것이므로 아래는 위의 한 단계가 되는 것입니다. 늘 높은 것을 추구하면 그 높은 위치도 낮게 보이기 쉽고, 올라가기를 좋아하는 자는 아무리 올라가도 낮아 보입니다. 그러므로 높은 것을 추구하는 자는 언젠가는 그 높은 지위를 잃어버리고 결국은 낮은 곳에 나아가 편안함을 구하려 하나 편안할 수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아래에서 올라가던 자가 올라가기를 중지하고 어느 한 지점에서 머무르려고 하나 역시 그것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이것으로 볼 때 낮은 것이 높은 것보다 낫고, 아래에 있는 것이 위에에 있는 것보다 낫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을은 나무를 벨 때에 위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아래에 있는 것을 싫어하였으며, 높이 있는 것을 탐내고 낮게 있는 것을 싫어하였습니다.그러니 어찌 생명을 온전히 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이 되어 좋은 나무를 베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성이고, 또한 그 좋은 나무는 높은 나뭇가지 끝에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 그것을 베려고 하면 거기에는 반드시 위험한 장애물이 있는 것입니다. 결국 목전의 이익만 탐내다 보면 그 위험을 무릅써야 하고, 그 위험을 무릅쓰고 한 발자국씩 더 높은 곳에 올라가다 보면 결국에는 끔찍한 일을 당하고 마는 것입니다.
곧 땅으로 부터 멀리 올라가면서 몸은 오히려 낮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자신의 처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 더욱 어리석은 행동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을과 함께 산에 가서 땔나무를 베어 온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하루에 나무를 베는 양은 을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그것을 야속하게 여기지 않은 것은 나에게는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이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보십시오. 을은 위험한 데서 일하다가 어린 나이에 저렇게 폐인이 되었으니 아무리 그의 힘을 훗날까지 뻗쳐 나가려고 하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반대로 나는 비록 용렬하기는 하나 땔나무를 하면서 폐인은 되지 않았을 터이니 그렁저렁 천수를 다하고 늙어 죽을 것입니다. 그러니 누가 나은 것이고 누가 못한 것이며, 또 어떤 것이 높고 어떤 것이 낮은 것인지 자명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을의 아버지가 이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서 을에게 이야기 하고 서로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애석하게 여겼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여기에 기술하여 후세의 자손들에게 경계를 삼게 하고자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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