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내마음의 무늬

다림영 2008. 11. 2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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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출판사
<주>황금부엉이
출간일
2006.1.5
장르
산문
책 속으로

"괴테의 말을 빌자면 노년에 이른 모든 사람은 신비주의자다. 많은 일들이 우연과 연결되며 비합리적인 것이 성공하고 합리적인 것이 실패하기도 하고 행복과 불행이 기약없이, 차별을 두지 않고 따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품위를 지키며 좋게 나이들어가는 노인을 뒤따라 늙어가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안을 준다.

 

누구든 어린이는 나의 과거이고 늙은이는 나의 미래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세월을 덧없이 흐르는물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정신과 몸에 깊은 금을 새기고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 살아온 시간은 켜켜이 나이테를 이루며 내부에 축적되어 내면화 한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사람마다 다 다른 그 결이 보인다. 나뭇잎의 흔들림에서 바람의 존재를 느끼듯 우리는 변화로써 시간의 흐름을 감지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제까지 나이가 변모시킨 우리들의 얼굴, 그것은 바로 우리가 살아낸 시간의 얼굴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꿈에 바위를 본다. 바위라기보다 하나의 바위로 이루어진 산으로, 홍은동 언덕배기 친구의

집 창으로 내다보던 인왕산 같기도 하고 경춘선 열차를 타고 서울 갈 때 태릉 지나면서부터 미끈하고 당당하게 자태를 드러내는 인수봉 같기도 하다.

 

흡사 가위눌림과  비슷한 상태로 잠이 깨어서도 그 바위가 그대로 가슴을 누르는 듯 암담하고 답답하여 부엌으로 나온다. 찬물을 한 컵 마시고 아이들이 잠든 방문 을 한차례 열어보고는 걸레를 빨고  행주를 빨고 지저분하게 때 낀 냄비를 쇠수세미로 닦기 시작한다. 반짝반짝 윤이 날 때가지 온 힘을 다 해 닦는다.  마음속의 태산같이 얹힌 바위를 밀어내듯.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노동은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나 우울에서 잠시 비켜서게 하는 방편이 되기도 한다. 더러운 비누거품과 핏줄이 시퍼렇게 부풀어 오른 손등을 바라보며 나는 복수하듯, 다른 이름 다른 역할로 다른 세계에서 사는 공상을 해 본다.

 

다른이름을 갖는 다는 것은 물론 필명을 갖겟다는 것이 아니라 다시 태어나듯 기왕의 나를 둘러싼  관계와 조건들을  떠나서 다른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욕구에 다름 아니다.

 

'평생 말뚝에 묶인 소처럼 달아나지도 못하고 그 언저리를 빙빙 돌면서 겁내고 눈치나 보며 살겠어? 부닥쳐봐야지. 맞대결을 하면 어쨌든 결판이 나겠지.' 한밤중에 일어나 냄비를 닦으며 이가 끓듯 토막 진 생각만 두서없이 바글거리는 머리를 휘두르고 홀로 비장해져 중얼거리는 데 누군가 비스듬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한다.

 

'비장한 건 포즈지 문학이 아니야. 허상과 치기를 버리고 현란한 수사와 과장된 몸짓도 버리고 꿈속의 바위 생시에도 가슴을 짓누르는 비위를 끌어안고 싸워봐. 어렵기 때문에 해볼 만하지 않은 가'라고 <1990년의 일기>"

 

 

 
이 책은..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깊고 고요한 파동이 감지되는 그분의 글을 나는  좋아한다. 옆에 놓아두고 생각나면 한번씩

뒤적인다. 주부의 생활을 알뜰히 이루어내며 자신의 세계를 놓지 않고  단단하게 이어지는 글은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각별한 그림 처럼 깊다. 사소한 일상의 얘기들이 사소하지 않으며 참 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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