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혼수상태의 친구남편을 보고 오다.

다림영 2008. 11. 1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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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따뜻했던 햇살의 월요일. 남편이 컴을 a/s 받아다 주다.

 

 

지난 토요일 친구에게 다녀왔다.

그녀 남편을 보고왔다.

몇개의 줄이 그의 몸에 꽂혀 있었고 그래프가 오르내렸고 호흡기에 의지하고 있었다.

온통 몸은 부어 있었다.

그녀는 우리를 인도하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남편의 발만 만지작 거렸다.

그는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얘길 들으니 기가막혔다.

그녀는 전문인이었다. 참 근사하게 생각했었다.

누가 그녀에게 그런 아픔과 슬픔이 있었으리라고 짐작이나 했을까 싶다.

대충 그녀가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다.

 

소주한잔을 기울이며 그녀의 얘길 가만히 들었다.

아들녀석 하나는 잘 두었다.

앞으로 그녀는 아들에게 의지를 많이 할 것 같다.

고일짜리 임에도 마음이 깊었고 괜찮은 사고를 가진 녀석이었다.

공부를 잘 하지 못해도 그는 분명 멋진 청년이 될 것이다.

엄마의 크나큰 어깨가 되어 줄것이다.

아주 따뜻한 아들이었다.

 

그녀는 돈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좆겨난집은 남편 누이의 집이었고

그들의 집이 아니었고 빚을 내어 조그만 빌라에 세를 간신히 들어갔다고 했다.

일주일병원비가 자그마치 삼백만원이나 나왔다고 했다.

...

다행히 돈을 마련하면서 보험을 다 해약했는데 하나만 놓아둔것이 한달가량

병원비는 해결될 것 같다고 했다.

..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지만 우리는 모두 그녀의 남편이 생의 줄을 놓기를 기원했다.

그녀는 아이둘을 잘 키워내야 하므로 더이상 그녀의 남편은 그녀에게서 무엇이든 가져가면 안되는 것이다.

'죽는 사람이 불쌍하지 사는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게 되어 있어' ..

모두들 그렇게 얘기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잘못살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가족에게 큰 빚을 남기고 그렇게 떠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이다.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할 수가 없었다.

내가 생생한 것이 너무 미안했다.

어떤말로도 위로를 해 줄수가 없었다.

다만 그냥 함께 장시간 있어주며 술한잔을 나누고 얘길 들어주는 ...

 

손을 흔들며 전철에 오르는 얇고 납작한 그녀

미소를 띄웠지만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내일도 또 그다음날도 무사히 하루를 마감하며 건강 할수 있기만을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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