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주역周易 마음속에 마르지 않는 우물을 파라/심의용

다림영 2008. 11. 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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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은 작은 선은 이익이 없다고 해서 하지 않고, 작은 악은 해가 없다고 여겨 쉽게 저지른다.

그러나 악이 쌓여서 숨길 수 없게 되고,

죄가 커져서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계사전

 

"무엇인가를 먹거나 마시기 전에, 무엇을 먹고 마실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누구와 먹고 마실 것인가를 조심스레 고려해 보라.

왜냐하면 친구 없이 밥을 먹는 것은 사자나 늑대의 삶이기 때문이다."-에피쿠로스

 

 

"우리는 흔히 철없는 사람을 철부지라고 한다. 철부지는 원래 절부지節不知이다. 절도를 모르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절은 대나무의 마디를 말하는데, 모든 일에는 마디가 있게 마련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도 네개의 마디이며,

24절기도 일 년 안에 든 마디들이다. 책에도 장절 章節이 있고, 예의와 법에도 절도가 있다.

인간의 삶은 절도가 있어야 한다.

....

연못에 물이 너무 많으면 물을 담을 수가 없다. 연못물이 넘치는 것은 절도를 넘어서는 것이다.

 

.."괴롭고 힘든 절개라면 올바를 수 없다."..너무 힘들게 지키고 있는 절개는 오히려 오래갈 수 없기  때문에

올바를 수도 없다는 뜻이다  절괘는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괘이지만 지조와 절개도 균형감각이 없으면 흉할 수 있다.

양만리는 이 절괘를 절약과도 관련지어 설명한다.

경제적인 절약이란, 절도 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다. 절약이란 인색하게 재산을 아끼는 것이 아니다. 지나친 소비도 절약이 아니며,

또 지나치게 검소한 것도 절약이 아니다. 그래서 정이천이 절괘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상황에 적절하게 합치되는 것' 이다.

지나치게 절약하면 괴로운 법이다."

 

"흔히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한다. 그러나 지나친 겸손은 오만이라고도 한다. 무조건 자기를 낮추고 고개를 숙이는

것만이 겸손은 아니다. 가득 차면 엎어지지만, 그렇다고 모두 다 비우면 설 수가 없다. 그렇다면 겸괘에서 말하는 겸손의 참된

뜻은 무엇일까?

겸괘의 괘사는 이러하다

"겸손은 형통할 수 잇다. 군자라면 끝까지 지켜낼 수가 있다."

겸손이란 자신의 능력이나 공을 과시하지 않는 태도이다. 그러나 단 순히 그것만이 아니다. 정이천은 겸손에는 '우주원리에 대한 통찰'과

'내적충만감'이 있다고 말한다. 우주와 인간의 삶에 대한 깨달음에서 겸손이 나온다는 말이다. "

 

"장자에는 호랑이를 길들이는 사육사에 관한 일화가 있다. 그는 절대로 호랑이에게 살아있는 먹이를 주지 않았다. 호랑이의 본성인 살기를 다스리기위해서다. 난폭한 호랑이가 유순하게  사육사를 따르는 것은, 그가 호랑이의 본성을 잘 파악해 배가 부를 때와 굶주렸을 때를 살펴 조절했기 때문이다.

이 일화는 호랑이의 본성을 알지 못하고 대할 때 일어나는 재앙과 그런 재앙을 스스로 만드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표현하다. 호랑이의 본성을 다스릴 때는 이치에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고 본성을 거스르면 잡아먹힐 수가 있다. 결국 인간의 숨어 있는 난폭함을 길들이면 도덕적으로 성술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

 

꾸미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꾸밈이 없으면 본질을 드러낼 수 없다. 꾸밈은 형통할 수가 있다. 갈바를 두는 것이 조금 이롭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몰래 예식을 올리려 할 때 , 로렌스 신부는 혼잣말처럼 이렇게 중얼거린다.

"이러한 벅찬 기쁨엔 험한 종말이 있게 마련이다. 불티와 화약이 서로 닿자마자 폭발하듯이 승리는 절정에서 숨을 거두는 법.

지나치게 단 꿀은 달기 때문에 도리어 싫어지며 맛만 보아도 입맛을 망치게 마련.

그러니까 사랑은 알맞게 해야 한다. 그것이 오래가는 사랑의 길이다. "

 

가야할 때를 알고 가는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때로는 총명함을 감추는 것이 길하다.

어려운 때일 수록 마음을 닦는다.

나를 믿어야 남의 신임도 얻는다.

 

나아가야 할 때는 나아가라-나아간다. 그러나 다시 물러난다. 인내를 갖고 올바름을 지키면 길하다. 신임을 얻지 못했다면 온화하게 있어야 허물이 없다.

-밝음이 땅위로 올라온 것이 진괘의 모습이다. 군자는 이 모습을 본받아 서, 스스로 자신의 밝은 덕을 살펴본다.<평상심>

뿔처럼 나아간다는 말은 지나치게 강하게 나간다는 말이다. 겸손하지 않고 맹렬하다.

-정말로 좋은 책은 사람을 기쁘게 만드는 얕은 효과는 없지만 사람을 변화하는 깊은 힘이 있으며, 좋은 음악은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얕은 소리는 없지만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깊은 여운이 있다.<여조겸>

 

뒤집어엎었으면 바로 세워라.-

덕이 깊지 않으면서도 지위는 존귀하고 , 지혜는 없으면서도 도모함은 크고, 힘은 적으면서도 맡은 임무가 막중한 경우에 재앙이 미치지

않은 이가 드물다. <계사전>

 

마음속에 마르지 않는 우물을 파라

산속 깊이 들어가니 어떤 한사람

이 차디찬 샘물의 우물 깊이 파고는

홀로 깊은 밤 아름다운 옥을 씻고 있으니

냉정하게 깊은 성찰을 하고 있다. -주자<정천>

 

 

주역에서 찾은 실전 인생지침

인생이란 세상과 벌이는 단 한번의 싸움이다.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는 외로운 싸움이다.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강한 사람이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다.

물론 살아남되, 흉해지지는 말아야 한다.

주역읽기란 이 '실전을 위한 몸풀기 훈련' 이다.

 

진실 진실하더라도 섣불리 행동하면 흉하다.

신뢰 나를 믿어야 남의 신임도 얻는다

배려 예를 따르면 호랑이 꼬리를 밟더라도 물리지 않는다

사랑 예의 없는 사랑이라면 차라리 독신이 낫다

겸손 가득차면 엎어지고 모두 비우면 설 수가 없다

어둠 총명을 감추는 것도 지혜이다

은둔 그대가 강호이거는 어찌 강호를 떠날 수 있겠는가

연대 함께하면 길하다

회복 봄날은 온다

 

"주역은 탱고다-지은이의 말씀

 

눈먼 알파치노가 앳된 여자와 탱고를 추었다.  그 탱고는 제멋고 제리듬에만 따르는 폼생폼사의 춤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호흡하고

서로 리듬을 맞추는 댄싱이었다. 거기에는 나만의 춤의 공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공간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움직이고 있었다.

 

주인공이 눈먼장님이라는 설정도 하나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눈의 감각은 잃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섬세하고 예민해지는 몸의 감각, 자신의 리듬을 놓치지 않으면서 상대의 리듬에 자신의 호흡을 조절할 줄 아는 센스, 상대의 스텝을 위해 자신의 스텝� 멈출줄도 아는 매너, 자신의 춤솜씨를 뽐내지 않으면서 상대를 빛나게 해주는 겸손, 서투른 상태의 스텝을 리드할 줄 아는 여유, 서투른 상대가 스스로 서투르지않다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교활, 그렇다. 춤은 어쩌면 바로 저런 것인지 모른다. 주역은 탱고다. "

 

 

<채근담>에는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은 글자 있는 책만 읽을 줄 알지 글자 없는 책은 읽을 줄 모르며, 줄 있는 거문고는 탈 줄 알아도 줄 없는 거문고는 탈 줄 모른다."

주역이란 어쩌면 그저 중국의 현자들이 삶의 현실속에서 느꼈던 흔적들이 쌓인 두터운 지층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다만 흔적이다. 때문에 무자서를 읽고 무현금을 타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하나의 단계로서의 주역이란 결국 버려져야 할 책인지도 모른다. 주역이 도달해야 할 곳은 바로 삶의 현실이다.

 

삶이란 단 한 번 벌이는 현실과의 실전이다. 현실과의 적당한 타협이 아니라 현실과의 냉정한 싸움이다. 싸워 보았는가. 싸워보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너 자신을 알라던 소크라테스는 "음미되지 않은 삶은 가치가 없다" 고 말했지만, 싸워보지도 않은 삶은 음미될 가치도 없다.

그래서 주역읽기란 이 실전을 위하여 혼자만의 방에서 마비된 몸 감각의 예민성을 일깨우기 위한 일종의 몸풀기 훈련일 수도 있다. 그러나 훈련은 훈련일 뿐,문제는 바로 이 현실과의 실전이다. 실전에서 두번의 죽음은 없다. 단 한번 뿐이다. 또한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혼자만의 싸움이다.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오직 강한자 만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끝까지 살아남은 자가 강한자이다. 물론 끝까지 살아남되, 흉해지는 일은 피할 일이다. "

 

*******

책읽기가 수월하지 못하다.

세상사에 휘둘리고 있다.

평상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간신히 읽어냈다.

이럴 때일 수록  마음을 다 잡고 책을 뒤적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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