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삼국사기/아이들 책/김부식/김한룡엮음

다림영 2008. 9. 1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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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를 읽다가 접어버렸다.

그리고 아이들 책 삼국사기를 들었다.

남의 나라 얘기를 습득하는 것보다 우리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아서였다.

오래전 읽고 또 읽은 책이지만 전설의 고향처럼 이야기는 재미있다.

삼국사기는 삼국유사와 함께 우리나라에 지금 남아 있는 역사책으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한다.

고려 인종때 김부식이 왕명을 받들어 3년동안 연구하여 지었다고 한다.

 

김부식은 시와 문장에 뛰어난 이름높은 정치가이고

'묘정의 난'을 다스렸고 그 공로로 마침매 고려 최고의 벼슬인 문하시중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었다.

 

"중천왕과 관나부인

 

고구려 제 12대 임금인 중천왕은 외모가 매우 준수한 데다가 지략이 뛰어났습니다.

동천왕 17년에 태자로 임명되었다가 동천왕이 세상을 떠나자 그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으며, 연씨를

맞아 왕비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어느해 4월에 중천왕은 한 아름다운 여인을 극진히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여인은 관나

부인으로 불려 지고 있었으며 얼굴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데다가 길고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가지

고 있었습니다.

 

"대왕마마! 이 몸을 버리지 마옵소서"

관나부인은 중천왕과 함께 있을 때마다 갖은 아양을 다 떨며 이렇게 말하고는 하였습니다.

"오냐오냐, 내 어찌 너를 버리겠느냐!"

어질고 마음이 너그러운 중천왕은 그 때마다 이렇게 관나부인을 위로 하였습니다.

 

"장차 내 너를 둘째 왕비로 맞을 것이니 그리 알라."

중천왕의 말에 관나부인은 벌써 왕비가 된듯 기뻐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중천왕과 관나 부인이 주고 받는 이 말을 문밖에서 몰래 엿들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왕비 연씨를 모시고 있는 시녀었습니다. 왕비는 그 시녀에게 중천왕과 관나 부인의 행동을 몰래

살피라고 일러 두었던 것입니다.

 

시녀는 곧 돌아가서 왕비에게 이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습니다.

"무엇이! 관나부인을 둘째 왕비로 삼으신다고!"

"예, 그러하옵니다. 이 두귀로 분명하게 들었나이다."

왕비는 내심 크게 놀라고 또한 질투를 느꼈습니다.

이튿날 왕비는 곱게 단장을 하고 아양을 떨며 중천왕에게 아뢰었습니다.

"대왕마마!"

"왜 그러시오?"

 

"듣자오니, 지금 중국 위나라에서는 아주 귀한 물건을 구하고 있다 하옵니다."

"귀한 물건? 그것이 대체 무엇이라는 말이오?"

중천왕은 이상히 여기며 되물었습니다.

"여인의 긴 머리카락 이옵니다. 아주 긴 것이라면 천금을 내린다는 것이옵니다. 지금 우리 나라는 위

나라의 마음을 사 두어야 할 시기가 아니옵니까? 그래야� 뒷날 걱정이 없을 것이옵니다. 돌아가신 선

대왕께서는 저들로부터 미움을 받았기 때문에 하마터면 나라를 빼앗길 뻔하지 않았사옵니까?

 

지금 우리는 위나라의 마음에 들도록 마음을 써야 할 때이옵니다."

왕비는 관나 부인의 긴 머리카락을 구실삼아 그녀를 없애려는 속셈이었습니다.

"....."

이말에 중천왕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머리카락이 긴 미인이라!'

왕비가 말하는 머리카락이 긴 미인이 곧 관나부인을 가리키는 말임을 중천왕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입

니다.

'왕비가 시샘을 할 만도 하지....'

중천왕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는 잠자코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일이 어느틈에 관나 부인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관나부인의 등에는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잘못하다가는 살아남지 못하겠구나. 그 질투 심한 왕비가 나를 가만 둘 리가 없지...'

관나 부인은 갑자기 눈앞에 캄캄해졌습니다.자신이 아무리 중천왕으로부터 지극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왕비의 세력과 맞설 힘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관나 부인은 오래지 않아 그 두려운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대왕마마께서 나에게 지극한 사랑을 내리시고 있는 이상, 왕비도 감히 나를 어쩌지 못할 것이다.'

관나 부인은이렇게 생각하자 다시 힘이 솟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불안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아! 왕비가 나를 처리하기 전에 내가 먼저 손을 써야 해.

관나 부인은 이렇게 결심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중천왕이 모처럼 자신의 방으로 찾아오자 관나부인은 당장 눈물이라도 주르르 흘릴

듯한 슬픈 표정을 지으며

"대왕마마, 참으로 슬프고도 두렵사옵니다.'

하고 아뢰었습니다.

"아니, 무엇이 그리도 슬프고 두렵다는 말이냐?"

"왕비마마께서 이 몸에게 '천한 계집이 대궐 생활을 하다니 당치 않은 일이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장차 큰 벌을 내릴 것이니라' 하셨사옵니다.

 

이몸이 산골로 되돌아 가는 것은 서글프지 않사오나, 다만 하늘같이 받들어 모시는 대왕마마곁을 떠나

다시 뵈옵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슬프고도 두렵사옵니다."

...

이말에 중천왕은 왕비의 앞에서처럼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관나 부인은 초조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습니다.

"대왕마마께서 대궐을 비우실 때 왕비마마께서 이 몸을 해칠 것만 같아 무섭고 두렵사옵니다.

이몸은 어찌하면 좋겠사옵니까?"

 

중천왕은 역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관나부인의 방을 나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중천왕은 신하들을 거느리고 기구에 사냥을 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중천왕이 사냥에서 돌아오니, 관나부인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손에는 왠 큼직한

가죽부대하나를 들고 중천왕을 맞이 하였습니다.

 

"아니 그게 무엇인고?'

중천왕은 이상해 여겨 물었습니다.

그 물음에 관나 부인은

"대왕마마...."

하면서 미처 말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주르르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이 무슨 고얀일인고?"

중천왕은 그 경망한 태도에 다소 노기 어린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제서야 관나 부인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대왕마마께옵서 사냥을 나가신 사이 왕비마마께서 이 몸을 이 가죽 부대에 넣어서 바다에 던지려고

하셨나이다. 하마터면 대왕마마도 뵙지 못한 채 이몸은 물귀신이 될 뻔 하였사옵니다."

라고 말하며 더욱 흐느껴 우는 것이었습니다.

 

관나 부인의 말에 중천왕은 얼굴을 찌푸리며 내뱉듯 말하였습니다.

"이 불쌍하고 어리석은 여인 같으니라고!"

이 뜻밖의 말에 관나부인은 깜짝놀란 얼굴로 중천왕의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사옵니다.

그러자 중천왕이 노한 목소리로 말하였습니다.

"그래 이제는 나를 보았으니 한이 없겠구나."

그 순간, 관나 부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정신이 아찔 하였습니다.

"대왕마마!"

 

관나 부인은 한마디를 외치고는 고개를 떨구며 더욱 슬피 울었습ㄴ디ㅏ.

그러자 중천왕은 얼굴을 돌리더니 엄한 목소리로 신하들에게 명령하였습니다.

"닥쳐라, 이 요사스러운 것, 여봐라 , 이 연인은 가죽 부대에 들어가 죽기가 소원인듯하니 어서 그 소원을

들어 주도록 하여라"

 

중천왕의 명령에 관나 부인은 벌떡 일어나 중천왕의 소맷자락을 잡고 울면서 애원하였습니다.

"대왕마마, 살려주소서, 살려주소서..."

그러나 중천왕은 그 소맷자락을 뿌리치고는 신하들에게 다시 엄한 명령을 내렸습니다.

"무엇들 하나냐? 어서 이 못난 여인을 가죽 부대에 넣어 바다에 던지도록 하여라."

이렇게 관나 부인은 왕비를 모함하여 죽이려고 하다가 오히려 자신이 죽음을 당하였던 것입니다."

 

;;;

모든 것은 욕심에서 비롯되고 욕심에서 화를 부르고 결국 인생을 끝나는 지점으로 달려가게 만든는것

인가 한다. 비운마음으로 그저 사랑을 기다렸더라면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았더라면...

지금이나 그때나 모두 그 비우지 못함으로 죽음에 이르는 인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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