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가 하늘을 빙빙 돌면 암탉은 병아리를 품안으로 끌어들여 내리꽂힐 솔개와 대결하려고 한다. 그
럴 때 암탉의 기운은 솔개의 것보다 약하지만 솔개를 이긴다. 병아리의 목숨을 구하기 때문이다.
들쥐가 사는 구멍으로 뱀이 기어들어오면 어미쥐는 새끼들에게 꼬리를 물게 하여 엮어서 뒷구멍으로 빠
져나가 새끼들의 목숨을 구하고 뱀을 허망하게 한다.
어미쥐의 기운은 뱀보다 약하지만 뱀을 이기는 것이다. 새끼쥐의 목숨을 구하기 때문이다.
전쟁이 나면 전선으로 젊은이들이 끌려 나간다. 전선으로 아들을 보내며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
린다. 나라의 징병령이 강하지만 병사는 그 명에 복종할 뿐 고향에 남은 어머니의 눈물을 잊지 못한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도 강한 법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나약한 눈물과 같은 것에 있는 것이다.
맞은 자는 발을 뻗고 자지만 때린 자는 밤잠을 설친다고 한다. 강한 것은 더 강한 것에게 �김을 당하
지만 약한 것은 더 약한 것을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지게 하는 것이요. 마
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 이기게 하는 것이다. 힘을 과시하면 명을 재촉할 뿐이다. 강한 것이 지는 까닭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단단한 것을 이긴다.
유약은 산 것이고 강강은 죽은 것이다. 쇠를 잘라내는 금강석은 물이 아니면 깍을 수가 없고 산천을 태
우는 불길을 빗물이 아니면 끌 수가 없다. 물이 있으면 생명이 있고 물이 없으면 생명을 부지하지 못한
다. 이처럼 생명적인것은 물처럼 부드럽고 약하다.
그러나 물질적인 것이 생명적인 것을 이긴다고 인간은 착각한다. 그래서 깡패도 생기고 강도가 남의 집을
넘나들며 썩은 치자들이 부정축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종말은 하나같이 험하지 않는것이 없다.
강한 것이 험한 짓을 하면 죄가 된다. 죄를 짓는 것보다 더 험한 패배는 없다.언제나 죄는 강기를 부려서 빚
어진다. 강기는 항상 남의 목숨을 해치는 짓을 탐하므로 지게 된다.
현대인이여. 물질을 탐하다 강기를 부리지 마라. 천하를 호령한다는 영웅도 제 몸이 지치면 포근한 어머
니의 품안을 그리워 하는 법이 아닌가. 살아 있는 수양버들 가지는 나긋나긋해 강풍을 이기고 죽은 수양
버들 가지도 메마르면 부러지지 않는가. 생명은 유약한 것이므로 인생도 부드럽고 연약한 길을 걸을 수
록 물길처럼 순탄하게 된다.
욕심이 물길을 막으려고 할 때 유약승강강 이란 말을 되새긴다면 불길 같던 욕심도 꺼지리라.
그러나 욕심이 탈을 낸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실제로는 따르지 않는다. 돈을 밝히면 도둑질을 하기
쉽고 남을 등치면 남의 가슴에 비수를 품게 한다는 것을 잊어 버린다.
그래서 노자는 다음처럼 말해 놓았다.
세상은 유약이 강강을 이긴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한사코 실천하려 하지 않는다.
성인은 누구인가.
부드럽고 약한 것이 단단하고 강한 것을 이긴다는 진리를 실천 하는 자이다. 그러한 실천을 귀덕이라고 한
다. 참으로 성인은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걸어가는 자와 같다. 베풀되 생색을 내지 않는 까닭이요, 섬기
고 돌보아 주되 논공행상을 하지 않는 까닭이다.
침소봉대針小棒大는 소인의 짓일 뿐이다.
성인에게 제왕이란 누구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 까
부귀영화를 누리면 제왕이 아니다. 나라의 궂은 일을 도맡아 짊어져야 제왕이다. 노자는 임금은 백성의
머슴노릇을 해야지 주인노릇을 하면 안된다고 했다. 도덕정치란 바로 그점을 말하는 것이다. 임금이 백
성의 어버이인 것은 대접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두시바라지를 하기 위해서이다.
궁궐의 치장이 거드름을 피우며 때마다 산해진미로 포식하면 그럴 수록 백성은 굶주리고 허덕인다. 이
렇게 노자는 제 53장에서 밝혔다.ㅇ ㅣ를 상기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들으면 가슴에 와닿는 것이 있을
것이다.
나라의 허물과 치욕을 맡는 것이 임금이요 천하의 불상사를 떠맡는 것이 황제이다.
윗물이 ㅁ락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한다. 그리고 백성이란 물이 맑으면 마시기도 하고 낮을 씻지만 물이
더러우면 발을 씻고 버리는 법이다. 하나의 정권이란 것을 한사발의 물로 친다면 그 물이 맑으면 마실 것
이요, 더럽다면 버릴 것이다. 백성이 정치를 못믿고 정부를 싫어하면 그 탓은 백성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백성이 정치를 못믿고 정부를 싫어하면 그 탓은 백성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치자와 관리에게 있는 것이다.
정치의 물이 더러울 수록 변명하고 구실을 붙인다. 물이 맑으면 고기가 못산다고 둘러대며 백성의 비윗장
을 거슬리게 한다. 이것은 백성이 무서운 줄 을 알고 속이는 것이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고 우산을 들었다고 비를 피할 수는 없다. 독재나 폭정은 백성을 속이는 짓을 일삼다가 백성의 분노와
미움을 사는 것이다.
바른말은 뒤집혀 들린다.
간신의 입은 꿀을 발라 둔다는 거이고 충신의 입은 소태를 씹는다고 한다.ㅂ ㅏ른 말은 쓰고 그른 말은 달
게 들린다는 말이다. 폭군은 간신의 말을 소중히 하고 충신의 말을 접어 듣거나 고깝게 듣는다. p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