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자리에 있다고 우쭐대고 아래를 짓누르고, 빈자의 것을 빼앗아 부자의 뱃속을 채워 주면 도덕은 멍
들고 세상은 난장처럼 시끄럽고 시궁창처럼 썩은 냄새를 피우며 나세를 이루고 만다.
어느날엔가 난세를 벗어날까? 도덕이 돈보다 귀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뉘우치는 날이 오기를 먼저 기다려
야 한다.
<원문의역>
하늘의 도는 활을 메우는 것과 같도다.
활을 메울때 위는 눌러주고 아래는 치켜올려주며, 남아 있는 긴 줄을 덜어내 모자란 줄에 더해준다.
이처럼 하늘의 도는 남는 것에서 덜어내 남아도는 쪽에 바친다.
누가 남아나는 것으로 천하에 봉사할 것인가. 오로지 하늘의 도를 따르는 자 밖에는 없다.
이러하므로 성인은 일을 하되 그 대가를 바라지 않으며 공을 이루고도 그것에 연연하지 않으며, 남보다
현명한 체를 않는다.
<도움말>
제 77장은 인간의 욕심이 짓는 아픔을 생각해 보게 한다. 힘이 있는 자가 힘 없는 자를 억누르고 있는자가
없는 자를 더욱 못살게 하는 것보다 더 포악한 짓이 없다는 것을 깨우치게 하는 장이다.
장궁은 활을 메우는 것을 뜻한다.
유여자는 부유한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
부족자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
봉유여의 봉은 억지로 받쳐 모시게 하는 것을 뜻한다.
불시의 시는 대접받기를 바라는 것을 뜻한다.
불처의 처는 논공행상 따위를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현현의 현은 남앞에 과시하는 것이고 현은 덕을 따르는 것을 뜻한다.
제 78장 부드러운 물을 이기는 것은 없다.
제왕은 고통을 떠맡는다.
백성을 편하게 하려고 제왕이 밤잠을 설치면 백성은 편안히 잠을 잔다. 이말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세상
이 잘되고 못되고는 위쪽에 달려 있지 아래쪽에 달려 있는 편은 아니다. 권력이 썩기를 바라는 백성은
없다.
백성을 두려워하라는 것은 백성을 무슨 괴물처럼 보라는 것이 아니다. 백성은 양처럼 순하지만 분노하면
장강을 뒤엎고 산하를 덮는 홍수의 물더미같이 변할 수가 있다.
천하에 바다보다 더 큰 힘은 없고 한 나라에는 백성보다 더 큰 힘이 없다. 바다가 함이 있어도 과시하지
않는 것처럼 백성은 힘을 물길처럼 간직할 뿐 폭약처럼 터뜨리지 않는다.
속심이 빈 것일 수록 겉이 야하다. 그래서 짖는 개는 물지 못한다고 하는 게다. 바닷물은 물그림자를 띄
우지 않고 바람이 불면 겉만 일렁일 뿐 속은 언제나 고요하다. 백성의 마음도 이와 같다. 그래서 민심은 천
심이라고 한다.
잘난 사람이 판을 치고 된 사람이 밀려나는 세상은 물 위에 뜬 거품과 같을 뿐이다. 비누질을 해 빨래를
빨면 물위에 거품이 인다. 그러나 물은 스스로 거품을 내지 않는다. 오로지 이물질이 들어와 거품을 일게
한 것일 뿐이다.
힘센 사람이 호기를 부리고 나약한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 세상은 출렁이는 물결과 같다. 바람이 불면 바다
는 파문을 짓고 강풍이 불면 이랑을 짓고 태풍이 불면 너울을 친다. 그러나 바닷물이 그렇게 하는 것은 아
니다. 바람이 그렇게 할 뿐이다. 인생에 모진 바람을 일게 하면 인심은 물보라를 일렁이는 노한 바다처럼
된다.
인심에 거품을 일게 한다던가 인심에 물보라를 치게 하면 백성은 물줄기 처럼 용트림을 하게 된다. 이를
민중봉기라고 한다. 총칼이 어찌 민중봉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산하를 태우는 불길도 노한 민심을 사
르짐 ㅗㅅ한다. 아무리 불길이 강해도 물길을 만나면 꺼지고 만다.
불은 태워 재를 남기지만 물은 적실 뿐 그대로 둔다.강한 성질과 부드러운 성질의 차이는 이와 같다. 강한
것은 파괴하려 하고 부드런운 것은 보살펴 주려고 한다. 파괴의 위력을 가진 병기는 강하고 거칠다. 그러
나 사랑의 활력을 지닌 덕성은 약하고 부드럽다. 무력은 불같고 덕력은 물같다.
강한 것은 힘으로 목숨을 정복해 굴복시키려고 하지만 ,약한 것은 목숨을 소중히 할 뿐 목숨을 해치지 않는
다. 목숨을 해치면 그것은 지는 것이고 목숨을 소중히 하면 그것은 이기는 것이다. 강자가 남의 목숨을 해
치는 짓을 하면 이겨도 지는 것이요. 약자가 목숨을 소중히 하면 져도 이기는 것이다.
그러나 소중한 목숨이 능멸당할 때는 죽음을 택해 목숨을 더럽히지 않는다. 굴복당한 목숨을 부지하면 그
것은 목숨을 더럽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덕은 목숨을 구걸하게 하지 않는다. 목숨을 구걸하는 짓을 하지
않는 것이 목숨을 아끼는 것보다 더 현명하다는 것을 유약자는 안다. 이러한 유약자는 물처럼 부드럽다.
덕을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덕이란 유약자를 이기는 것은 없다. 덕은 상선인 까닭이다. 상선은 물같다
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사람은 물처럼 살지 않고 뷸길처럼 살려고 한다.그러지 마라고 노자는 다음처럼
밝힌다.
세상에서 부드럽고 약하기로는 물보다 더한 것은 없다. 그리고 굳고 강한 것을 공격하자면 물보다 더 나은
것이란 없다. 그렇게 하는 데에는 물을 대신할 것이 없다. 그르므로 부드러움이 단단한 것을 이기고, 연약
함이 강한 것을 이긴다.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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