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영화 '사브리나'속 사브리나의 아버지처럼

다림영 2008. 9. 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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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살짝/하늘은 높고 새털구름/친구들은 한가득모여 서부전선지키는친구에게로떠나고/나는가게만지키고/

 

 

나이가 드는것에 대해 또 생각하게 되었다.

사건이 하나 생겼었다. 친정엄마의 이야기다.

엄마는 노인복지센터에 많은 것을 배우러 다닌다.

어제의 일이다.

엄마는 열심히 또 신나게 탁구를 치고 돌아왔고 집근처에서 친구를 만나

내게로왔다. 그런데 계속 생전 처음듣는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는 것이다.

엄마는 놀랐다. '아니 이게 무슨일이야' 했다.

그래 뒤져보니 세상에 처음보는 핸드폰이 가방에 들어 있는 것이다.

 

..

이것이 어떻게 된 사실일까

정황을 들어보니 탁구장에는 여러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있었는데

그핸드폰은 한 할아버지의 핸드폰이었고  어떤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핸드폰을

우리엄마 가방에 넣어 둔 것이다.

..

엄마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알고자 그들을 오게 했다.

나의 가게에서 그들은 차한잔씩을 드시며 웃으며 걷도는 얘기만을 나누고

핸드폰은 주인에게 무사히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오늘..

탁구장에서는  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그 할머니 와 할아버지는 남남 이었는데  알 수 없는 감정속에서 그런일이 발생했고

큰소리가 오고가고 뭐 그랬다는 이야기이다.

뭐냐 이것이?

나도 모른다.

하여간에 나이가 들어도 남녀사이엔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난 늙으면 그냥 그렇게 조용히 사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닌모양이다.

 

그야말로 화딱지가 난 우리 엄마는 괜스레 목소리를 높이며 얘기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난 이상해서 그런일이 있으면 있는가보다 하고 그러면 되는거지 왜 쓸데 없는 일에 간섭을하고

조용히 얘길 하지 않고 흥분을 하는 것이냐고 했다.

그러니 엄마는  왜 남의 가방에 전화기를 넣는 것이냐며 기분나쁘다며 기타등등의 말씀을

또 늘어 놓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웃음이 나왔고 이해할 수 없었고 그런모습이 싫었다.

 

 

조용하고 은은하고 9월의 미풍처럼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다.

나는 얘길 다 들어주고 한마디 했다.

엄마 조용히 살아, 남의 일에 흥분하지 말고 ..

그러니 엄마는 갑자기 입을 꾹 다물며  먹만 간다.

 

나이가 들면 어느때엔 철이 안든 아이들 같기도 하다.

 

어제와 같은 생각을 또 한다.  

영화 '사브리나'속 사브리나의 아버지처럼 늙을것이다.

그모습은 그래 9월의 미풍같이 멋스럽다.

안경을 걸치고 나무그늘에 앉아 혹은 식탁에 앉아 벽난로앞에 앉아 천천히 책을 들추며

깊은 눈으로 자식의 얘기를 듣고 또 고개를 끄덕여 주고 작은염려 또한 조용히 하는..  

언제 마음여유가 생겨 나는 '사브리나'를 보면서 미소 지을수 있을까!

"옛날 옛적 바닷가 옆 큰 저택에는 ..."이렇게 나래이션으로 시작하는

그영화가 오늘 갑자기 보고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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