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가을

다림영 2008. 8. 1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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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내리던 비. 그리고 근사한 노을. 가을! .토요일

 

 

가을

 

오늘은 한번도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저녁이 들면서  선풍기를 꺼야 했다.

그 무덥게만 느껴지던 불빛이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땀한방울 솟아나지 않았나보다

물을 자주 먹는 나는 문득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귀뚜라미는 친구를 데려왔나보다.

이중창이다.

가을이다.

 

피로가  나를 점령했다.

항복의 흰 깃발을 꽂고

동요 '푸른잔디'에 마음을 씻는다.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풀밭에 눕고만 싶다.

동요를 듣다 보면 마음이 순해진다.

하늘은 높고 구름은 흘러간다

어린사람이 되고 싶다.

가을이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얼굴이 참 좋아 보인다고 했다

지난번볼때와는 사뭇 다르다고 전한다

나는 진화 하고 있다.

가을이다.

 

 

친구의 아들이 절에서 내려왔다고 한다.

불현듯 방바닥에 앉아 펑펑 울더라고 했다.

왜 내게만 이런일이 있는거냐고 펑펑 울더라고 했다.

엄마인 친구도 펑펑 울었다고 했다.

그 편지를 받는 나도 펑펑 울뻔 했다.

가을이다.

 

 

동요를 함께 부를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참 좋겠다.

사람은 늘 홀로인데 왜 사람이 그리운지 모르겠다.

언덕에 둘이 앉아 푸른잔디를 부르고

호수도 그들따라 춤을 춘다.

나는 가끔 이룰 수 없는 꿈을 꾼다.

가을이다.

 

 

노래를 따라 부를 힘도 없고

피아노 연습할 기운은 도무지 소생하지 않는다.

언젠가 건반위에 손을 올려 놓을 날이 반드시 올것이다.

가을이다.

 

 

가을은 접어넣고

장자를 들추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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